농협, '신경분리' 방안 쟁점은?

2009-01-22 08:03
  • 글자크기 설정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상반기 중 농협의 신용(금융)사업과 경제(유통)사업을 쪼개는 '신경 분리'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이 작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신경 분리는 농협의 본업인 경제사업의 활성화를 위한 처방이다. 그동안 농협은 농업인들을 위한 농산물 유통(경제사업)보다 돈벌이(신용사업)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신경 분리는 이 두 사업을 분리시켜 농협의 역량을 신용부문에서 경제부문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관건은 어떤 방식으로 분리하고 분리에 필요한 자본을 어떻게 충당하느냐다.
◆분리 후 농협의 지배구조는
22일 농림수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현재는 민관 합동기구인 농협개혁위원회(위원장 김완배 서울대 교수)가 신경 분리안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완배 위원장은 "2월 말까지 신경 분리의 큰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안을 확정한 뒤 연내에 입법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신경 분리의 쟁점 중 하나는 분리 이후 농협의 지배구조 문제다. 농협중앙회가 맡긴 외부 연구용역에서는 '지주회사' 모델이 제시됐다.

중앙회가 출자해 경제부문을 사업지주회사로, 신용부문을 금융지주회사로 독립시키자는 것이다.

금융지주는 아래에 은행.보험.증권.자산운용 등을, 사업지주는 산지유통.농수산도매.축산가공 등을 자회사로 두게 된다.

중앙회에는 경영전략, 일선 조합 지원 및 교육, 상호금융, 농자재 구매.군납 등 경제사업 정도만 남게 된다.

그러나 농협개혁위에 참여하고 있는 전국농민회총연합은 회원조합이 직접 출자한 형태의 '경제연합회-신용연합회 구조' 방안을 내놨다. 중앙회를 거치지 않고 회원조합이 직접 출자해 연합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전농 관계자는 "지주회사로 갈 경우 외부자본이 유입되고 주주가 생기면서 의사결정 구조가 주주 총회 중심이 돼 농업인들이 경영에 관여할 수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태평 장관은 "중간에 한 단계(중앙회)가 더 있느냐의 차이일 뿐 사실상 비슷하다"며 "어떤 것이 바람직할지는 농협개혁위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은 어떻게 확충하나
또 다른 쟁점은 분리에 필수적인 자본 확충 문제다.

2007년 말 기준 농협중앙회의 자본금은 10조1150억 원. 문제는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떼어내고 여기에 중앙회 역할인 농업인 교육.지도까지 분리할 경우 이 자본금도 쪼개야 한다는 점이다. 이 경우 신용부문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진다.

물론 BIS 비율에는 후순위채 같은 보완자본도 인정돼 이를 기준으로 할 경우 농협중앙회 자본금은 13조5천억원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분리를 하면서 BIS 비율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추가적인 자본 투입이 불가피하다.

만성적으로 적자를 내고 있는 경제 부문도 자립을 위해선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2007년 정부가 내놨던 신경 분리안은 이런 점을 감안해 8조2000억 원 규모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10년의 유예기간을 뒀었다.

문제는 결국 어디서 재원을 끌어오느냐다. 조합이나 조합원이 추가 출자를 할 수도 있고 정부가 출연할 수도 있다. 민간의 자본을 끌어들일 수도 있다.

조합 출자는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농업인들 주머니에서 많은 돈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정부 지원이나 민간 자본은 자칫 생산자 자율조직인 농협의 정체성을 침해할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자본 확충의 재원을 굳이 한 곳으로 제한할 필요는 없다"며 "농협개혁위가 여러 가지 자본 조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