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인수 건이 21일 산업은행 결정으로 무산되면서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한화는 상당한 유무형의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약 3000억 원에 이르는 이행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했고 조선업 진출이라는 비전이 사라지면서 향후 그룹을 성장시킬 추동력을 상실한 것이다.
경기가 급격히 하락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보다 정밀한 자금조달 계획을 세우지 못해 인수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그룹 경영진의 역량에도 부정적 평가가 내려질 공산이 크다.
한화는 국내외 경제상황이 악화된 점을 감안해 숨고르기를 하면서 이행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한 소송 준비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실패 타격 불가피 = 지난해 국내 M&A 시장에서 `최대어'로 관심을 모았던 대우조선 인수전에 한화가 뛰어든 것은 조선업을 그룹의 간판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에 따른 것이었다.
김승연 회장이 "인생의 가장 큰 승부수를 대우조선해양에 걸고 있다"고 공언할 정도로 한화는 의욕적으로 대우조선 인수에 나섰고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급격히 국내 실물경기가 침체하고 신용경색이 발생하면서 한화가 인수자금 재원으로 정해 놓은 부동산, 계열사 등 자산의 가치도 급락했고 일부 인수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던 투자자들도 투자 의사를 접었다.
한화는 인수대금 분할납부와 대우조선 분할매각 등 자금부담을 최대한 덜기 위한 제안을 산은측에 건넸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매각은 무산됐다.
이미 납부한 이행보증금 3000억 원을 양해각서 내용대로 산은에게 내줘야 할 형편에 놓였고 그룹의 중장기 경영전략과 연동돼야 할 조선업 진출이라는 목표는 '공중분해'된 것이다.
한화는 이행보증금이 몰취되면서 금전적 출혈이 발생하고 그룹을 이끌어갈 미래 신성장 사업 목표가 백지화되면서 그룹 전반에 사기저하가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양화학과 대한생명 등을 인수하는 데 성공하면서 M&A 승부사로 불렸던 김 회장 등 그룹 경영진은 이번 인수 무산으로 신인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경기하락과 신용경색이라는 변수가 갑자기 발생한 측면이 있더라도 인수의향서 제출 시점에서는 경제위기를 어느정도 예견할 수 있었는데, 면밀하게 자금조달 계획을 세우지 못해 결국 인수에 실패했다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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