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신년사에서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냈다고 밝힌 GS그룹의 허창수 회장(사진)은 올 한 해 투자액을 지난해보다 10% 늘리겠다고 밝혔다.
허 회장은 지난 14일 발표한 ‘2009년 경영계획’을 통해 ‘지난해의 악몽(?)’을 잊고 올해 2조3000억원을 투자해 에너지, 유통, 건설 등 그룹의 주력사업에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분야별로는 GS칼텍스의 제3중질유분해탈황시설 건설, 유전 개발 사업, GS EPS의 연료전지 사업 등 에너지 부문에 총 1조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GS칼텍스는 원유탐사 개발사업을 확장하고 이미 인도네시아, 예멘, 카자흐스탄 등에서 진행 중인 탐사광구 개발 및 유전 개발 투자 등도 지속할 방침이다.
또 GS리테일의 신규 매장을 확장하고 GS홈쇼핑의 해외 사업을 강화하는 등 유통 부문에 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포부는 GS리테일의 ‘미스터도넛’ 식중독균 검출 사건으로 1월부터 망신살이 뻗쳤다. 이어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인정보유출 조사를 벌일 것으로 보여 GS그룹의 올해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GS그룹의 2008년은 악몽(?)이다. 시작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올해의 최대어 대우조선이 매물로 나오자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을 꼭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업계는 그간 GS그룹 M&A 전적을 고려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에 GS그룹이 대우조선을 인수한다면 그 동안의 부진을 말끔히 씻고 M&A의 강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그러나 그 ‘혹시나’는 ‘역시나’. 오히려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포스코와 입찰금액 조율에 실패하면서 대우조선 입찰을 포기했고 이 때문에 ‘상도의를 저버렸다’는 비난마저 받았다. 더불어 ‘M&A 약자 GS그룹’을 다시금 되새기는 한 해였다.
이어 1100만 개인정보유출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GS칼텍스에서 벌어졌다. 자회사 5명이 기소됐고, 특히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4만 여명이 집단 소송을 제기해 현재까지 알려진 청구 금액만 408억여원에 달한다.
이처럼 2008년은 GS에게 잊지못할(?) 한 해이다. 어찌됐건 기축년 새해가 밝았고, GS그룹 입장에서는 심기일전해 새롭게 다시 뛰어야할 상황이다.
허 회장은 지난 2일 열린 신년회에서 “지금 상황은 지나친 낙관이나 막연한 기대가 통하지 않는 국면”이라며 “위기 속에 찾아오는 기회를 과감히 포착해달라”고 밝혔다.
허 회장의 이 같은 당부에도 불구하고 새해벽두 GS리테일이 운영하는 ‘미스터도넛’의 가맹점이 식중독균이 검출된 제품과 동일한 제품을 생산·판매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해당 가맹점에서 본사의 지침을 오해하고 (검사결과가 본사에 통보된)17일 만을 제외하고 식중독균이 검출된 제품과 동일한 제품을 정상적으로 생산하고 판매해왔다.
결국 허 회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 달라”는 당부가 무색해 지는 순간이다. 기회는 커녕 위기만 점점 커져만 가는 모습이다.
GS는 2005년 LG그룹과의 이별 당시 2010년까지 재계 톱 5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허 회장은 “여건이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하고, 현장에서 강한 GS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공격적인 투자로 경제침체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GS그룹. 지난해 구겨진 체면을 다시 회복하는 길이 언제인지 관심이 쏠린다.
박상권 기자 kwon@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