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살생부 '기대이하'…구조조정 표류 우려

2009-01-2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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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은행들이 20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 기업 14개와 퇴출 대상 기업 2개 등 16개 기업을 구조조정 대상 기업으로 확정 발표했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싸늘하다.

경기침체 국면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민간 주도의 자율적인 옥석 가리기 결과가 기대 이하라는 반응이다.

설상가상으로 구조조정 대상으로 포함된 기업들의 반발이 거센데다 지원 규모 등을 놓고 채권은행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 구조조정 작업 자체가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1차 신용평가 결과 낙제점 = 채권은행들이 실시한 1차 신용위험 평가 결과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에는 건설사 11개와 조선사 3개가 포함됐으며 퇴출 대상인 D등급은 대주건설과 C&중공업 등 2개로 확정됐다.

이는 111개의 전체 평가 대상 기업 중 14% 수준으로 당초 20~30% 가량의 기업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적은 숫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구조조정 대상 기업 선정을 민간 자율에 맡긴 것이 화근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정부가 구조조정 작업을 주도했던 외환위기 당시와는 달리 이번에는 기업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채권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옥석 가리기에 나서게 했다.

그러나 채권은행들은 구조조정 기업이 늘어나는데 따른 손실 확대를 우려해 신용위험 평가를 소극적으로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건설사 미분양 규모가 30만채에 달하고 이에 따른 부실 규모가 50~60조원에 달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구조조정의 폭은 매우 작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거래 기업이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되면 은행은 채권의 20~50%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며 "해당 기업이 소송을 제기해 법적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토로했다.

◆ 구조조정 작업 난항 예상 = 일단 워크아웃 및 퇴출 대상 기업이 발표되고 구조조정 작업에 시동이 걸리기는 했지만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C등급에 포함된 기업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 과정에서 이견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채권은행들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외부 실시기관을 선정하고 C등급 기업에 대한 정밀 실사를 진행한다. 이를 토대로 채권단 동의를 거쳐 채무 재조정 및 자금 지원 규모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지원 분담 비율 등을 놓고 채권단에 속한 은행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 결국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의 조정을 거치는 경우가 빈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C등급으로 분류된 기업들의 반발도 문제다. 일부 업체는 신용위험 평가 기준이 모호했다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사에 대한 워크아웃 과정은 더욱 지지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사의 경우 선박 수주를 위해 은행에서 발급받은 환급보증서(RG)에 대해 보증을 선 보험사까지 채권단에 포함되는 만큼 채권 금융기관 간의 이견 조율이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퇴출대상으로 선정된 C&중공업의 경우 지난달 3일 채권단이 워크아웃 결정을 내렸지만 이후 최대 채권 금융기관인 메리츠화재가 긴급 운영자금 지원에 난색을 표하면서 결국 퇴출 기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 명확한 평가 기준이 성공 열쇠 =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이 신용위험 평가 기준이 모호한 상황이 이어지면 기업들의 반발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이번 1차 평가 과정에서도 은행들의 주관적인 판단이 많이 개입됐으며 기업들도 살아남기 위해 적극적인 로비 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과거처럼 정부가 직접 구조조정 작업에 개입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시장의 규율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있다"며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제시해야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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