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1대당 전자부품 비중은 현재 20%에서 2010년 이후에는 30~40%까지 확대될 것이다. 앞으로 이 부분에서 독자개발 능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자동차로 수익을 내는 게 불가능해질 것”
지난 1월 초에 열린 세계 최대의 IT∙전자 전시회 ‘CES 2009’에 자동차업계 최초로 단독 부스에 제네시스 등 자사 제품을 전시한 현대∙기아자동차 관계자는 이같이 자동차의 전자장비(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이번 전시회에서 앞 차량과의 간격을 스스로 유지하는 ‘이지트래픽’ 기술, 차량 내에서 집의 전자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카홈네트’ 등 앞으로 나올 첨단 기술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또 국내 선두 전장업체 현대오토넷도 자동차용 전장과 멀티미디어 카오디오 부문으로 나눠 자동차용 최신 기술의 전자장비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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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CES 2009 부스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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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토넷이 개발한 광통신 이용 앞뒷자석 연동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
자동차용 전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것은 10~20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됐지만 적용수준은 카오디오 등 제한적인 범위에 그쳤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전자장비가 카오디오 같은 주변 부품에 머물지 않고 자동차 전체 시스템의 제어, 안전 등 하드웨어적인 요소에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이 같은 추세는 전기차 등 하이브리드카의 상용화를 앞두고 더욱 빨라지고 있다.
GM대우 관계자는 “고급 외제차의 경우 전기∙전자장치의 비중이 이미 50%를 넘어섰으며 하이브리드카의 경우 70% 수준”이라며 “제품에 들어가는 전자장비의 ‘지능’을 따져도 자동차가 TV 등 가전제품의 수준을 넘겼다”고 말했다.
이에 대비해 현대기아차그룹은 자동차-부품-전자장비의 수직계열화를 완성시키려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세계 메이저 자동차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동안 자동차의 ‘전자산업화’에 선두에 서겠다는 것.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1월부터 그룹의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와 전자장비업체 현대오토넷의 합병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비록 올 초 무산된 바 있지만 현대모비스는 “연내 현대오토넷을 포함해 다른 전자장비 업체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자동차업계 뿐 아니라 전자∙IT업계의 차량용 전장진출도 활발하다.
LG이노텍은 지난해 말 전자업계 최초로 차량전장부문에서 국제적 권위의 EMA 소프트웨어부문 능력성숙통합모델(CMMI) 인증을 획득하는 등, 각종 차량용 전자기술 개발을 통해 올해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대한 차량용 제품 비중을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일찍이 2000년대 초부터 차량용 전자제품 및 반도체사업에 진출해 각각 GM,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산업과 긴밀히 협력해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해 향후 5년간 국내 차량IT혁신센터에 1억4700만 달러(약 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하는 등 전장부문 진출을 본격화했다.
MS는 또 현대기아차와 합작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이 시스템은 2010년 스포티지 후속모델을 통해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뉴 IT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자동차는 첨단 전자장비, 소프트웨어와 결합하면서 2010년까지 세계 차량IT 시장 규모가 무려 4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라며 “자동차는 더 이상 기계산업이 아닌 전자산업으로 분류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이제 '자동차용 전자장비'란 말 대신 '전자제품의 하나인 자동차'로 분류될 날도 머지 않았다.
김형욱 기자 nero@ajnews.co.kr이제 '자동차용 전자장비'란 말 대신 '전자제품의 하나인 자동차'로 분류될 날도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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