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운하의 주요 구간 중 하나인 굴포천. 눈덮인 굴포천을 가로지르는 교량에 내걸린 현수막에는 경인운하사업을 통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길 바라는 지역주민들의 기대감이 담겨 있다. |
'한강과 서해의 만남, 경인운하', '지역경제 활성화를 선도하는 경인운하' 지난 16일 찾은 인천 서구 검안동 쪽에서 바라본 굴포천은 이미 얼어붙은 데다 전날 눈까지 내려 황량하기만 했다. 흙과 암반을 퍼나르기 위해 주변 도로를 오가는 덤프트럭의 굉음이 그나마 활기를 줬다.
이 곳에서는 지난 2005년부터 재개된 방수로 확장공사가 한창이다. 이 굴포천 방수로가 한강 쪽으로 연결되면 서해와 한강을 잇는 경인운하가 된다. 눈에 뒤덮여 있어 굴포천이 거대한 뱃길로 바뀐다는 게 실감이 나진 않았지만 교량과 수로주변 도로에 내걸린 현수막들이 지역사회의 기대감을 대변하고 있었다.
실제로 굴포천이 지나는 인천 북부지역은 인천에서도 가장 낙후된 곳으로 꼽힌다. 인천의 주산인 계양산이 위치한 데다 산자락 일부가 군사시설로 묶여 있어 개발에서 오랫동안 소외돼 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굴포천 유역은 대부분 해발 10m 이하의 저지대여서 지역 주민들은 매년 홍수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이를 막기 위해 시작된 것이 굴포천 방수로 공사다.
박한욱 경인운하지역협의회 위원장은 "인천 계양구와 서구는 그동안 개발에서 소외돼 지역주민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껴온 게 사실"이라며 "정부가 경인운하사업을 재개하기로 한 만큼 이 사업이 지역 경제는 물론 국가 전체의 이익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천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씨도 "방수로사업이 중단되면서 빗물과 농업용수, 생활하수 등이 굴포천에 유입돼 악취가 나는 등 환경이 말이 아니었다"며 "사업이 마무리되고 운하로 뱃길까지 열린다고 하니 팔아치울 땅은 없지만 사람들은 더 많이 오가게 될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같은 식당에서 만난 덤프트럭 기사 박모씨는 "토목공사 현장이 갈수록 줄고 있는데 일감이 많아지는 게 무엇보다 좋은 일"이라면서 "아직 현장에 투입된 건 아니지만 벌써부터 일감을 따낸 기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인천 서구청 인근 ㄷ공인 관계자는 "커다란 공사판 주변에 누가 살고 싶어하겠느냐"며 "언론에서는 경인운하로 인근 지역 집값이 들썩거린다고 하는 데 뭘 보고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방수로 공사라도 마무리가 되면 사람들이 좀 모일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안동 주민 김모씨도 "청라지구 개발 바람이 불 때부터 이미 인근 지역의 쓸만한 부동산은 모두 외지인 손에 넘어갔을 것"이라며 "공사장만 인천에 있을 뿐 개발이익은 모두 밖으로 새어나가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