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성의 글로벌프리즘] 부시와 잡스...그리고 리더십

2009-01-1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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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에서 최근 두 사람의 리더가 극히 대조되는 모습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 사람은 8년 동안 미국이라는 배를 이끈 대통령이고 다른 한 사람은 글로벌 IT업계를 호령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다.

   
 
민태성 국제경제팀장
조지 부시 대통령. 아버지에 이어 미국의 대통령 자리에 오른, 어떻게 보면 세상에서 가장 축복받은 사람일 수 있는 그가 퇴임을 앞두고 초라하기 그지없다.

지난 15일 대(對)국민 고별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은 재임 중 좌절을 겪었다고 말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나라를 통치하면서 좌절을 겪었다고 인정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부시 대통령의 최근 심경이 복잡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이라크전을 지휘하면서 당당했던 부시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엉클샘으로 대표되는 전형적인 중년 미국 남성의 모습만을 볼 수 있었다.

부시의 심정은 최근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한때 90%에 달하는 높은 지지율로 하늘을 모르고 치솟던 그의 위상은 현재 미국 국민 10명 중 8명이 반감을 갖는 실패한 지도자라는 낙인으로 돌아왔다.

스티브 잡스. MP3 플레이어 '아이팟'과 이동통신기기 '아이폰'으로 연속 대박을 터뜨린 애플의 CEO다. 완벽주의와 강렬한 카리스마로 애플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 장본인이다.

잡스는 지난 1976년 컴퓨터업체 애플을 공동 창업한 이후 '애플2'를 통해 개인용컴퓨터(PC)의 대중화를 이끈 IT업계의 신화로 평가받고 있다.

잡스는 애플 창업 10년만에 독단적인 성격으로 인한 경영권 분쟁으로 회사와 이별한 뒤 다시 10년뒤 애플의 CEO로 재기한다.

'IT업계의 기린아' 잡스가 연출한 드라마의 절정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복귀전 1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던 애플은 잡스가 복귀한지 1년 만에 4억달러의 흑자로 돌아선다.

그는 이어 iMac과 아이팟, 아이폰, 에어맥 등 잇따른 히트작들을 선보이며 애플을 정상의 IT업체로 도약시켰다.

잡스는 2005년 스탠포드대학 학위 수여식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의 가슴을 끓게 한 명연설로 다시 한번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최근 그의 건강 이상설 논란이 일면서 잡스의 리더십과 영향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 췌장암 수술을 받았던 잡스의 건강악화설이 돌자 애플의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의 건강악화설이 악재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아니면 다른 누구도 해당기업의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평가를 받는 CEO는 드물다.

위기일수록 빛나는 것이 바로 리더십이다. 사는게 편할 때 리더는 부각되지 않는다. 어려울 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지도자다.

글로벌 신용위기로 IMF 사태보다 살림살이가 더욱 힘들다는 이때 한국에서는 어떤 지도자가 나라와 기업을 이끌고 있는가 생각해본다.

과연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을 비롯해 기업 CEO들을 통해 힘을 얻고 있을까.  오히려 좌절과 실망만 하고 있지는 않을까.


국민들은 이땅의 지도자들에게 묻고 있다.

"당신은 부시인가 잡스인가?"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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