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CEO가 뛴다> 김준기 동부 회장, 딜레마에 빠지다

2009-01-2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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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딜레마에 빠졌다.
 
동부하이텍의 비메모리 반도체사업 등에서 손실이 커지며 그룹 차원의 유동성 위기로 확산되고 있지만 미래사업인 만큼 쉽게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는 동부그룹은 2009년을 ‘비상 경영의 해’로 선포했다. 지난해 12월 주요 계열사 임직원이 20~30%의 연봉을 반납하는 등 위기경영 시스템을 가동했다.
 
김 회장 역시 신년사를 통해 “전례없는 경기침체와 신용 경색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며 “올 해 현금 흐름 경영을 실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위기를 자초한 것은 동부그룹 자신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극에 달했던 지난해 말, 동부그룹은 오히려 동부하이텍의 종합 반도체사업 진출, 동부제철의 전기로 공사 등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그러나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3분기까지 반도체 부문에서 약 1200억원(매출액의 약 3분의 1)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유동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 게다가 반도체 시황이 바닥을 치며 4분기와 올 상반기 실적은 더욱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선태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동부하이텍이 종합 반도체업체로의 변화를 꾀하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반도체 부문의 저조한 실적이 단기간에 좋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동부제철 또한 지난해 올 7월 완공예정인 전기로 공사에 착수함으로써 인해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나태열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상반기가 실물경기 악화가 본격화되는 시점이라고 본다면 계열사 지원은 동부그룹의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13일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동부그룹을 직접 언급하며 “그룹사들을 대상으로 산업은행 등에서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상반기 경기침체 과정에서 부실이 발생할 경우 선제적인 구조조정 실시할 수 있다”는 발언은 위기설에 휩싸인 동부그룹에 오히려 기름을 부었다.
 
이에 대해 동부그룹 관계자는 “전 위원장은 일시적인 현상을 확대 해석한 것이다”라며 “이미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유동성 문제는 해결됐으며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동부하이텍에 대해서 “비메모리반도체는 장기간을 보고 하는 사업이다”라며 “부가가치가 높은 시장이기 때문에 유동성에 연연하지 말고 앞으로를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전 위원장의 발언으로 지난 15일 동부하이텍 주가는 가격제한폭인 14.88% 폭락하고, 다른 계열사도 13~6%가까이 떨어지며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는 극에 달했다.
 
이에 금융위는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으나 업계에서는 “자신의 발언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고 있는 금융수장이 단순히 실수로 한 얘기일리 없다”고 해석하며 파장은 일파만파 퍼져나가고 있다.
 
미래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가 현재의 위기를 초래했지만 수년간 공들여온 미래 성장산업을 가만히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 이래저래 김준기 회장의 고심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김형욱 기자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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