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종 칸막이를 허무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이 내달 4일로 다가왔다. 규제완화를 통해 업종 장벽을 낮추고 포괄주의를 도입해 상품개발 자율성을 높임으로써 국내 금융사가 세계적인 투자은행(IB)과 나란히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게 법 취지다.
그러나 법안 발의부터 법 시행을 앞둔 지금까지 금융업계는 은행 보험 증권으로 나뉘어 각각 자기 쪽 득은 최대로 늘리고 실은 최소로 줄이려는 밥그릇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이 때문에 법 시행 후에도 곳곳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예고되고 있다.
먼저 지급결제 서비스가 증권업계에도 허용되자 이를 고유영역으로 쥐고 있던 은행은 금융결제원이 제공하는 지급결제망 참가 비용을 증권사가 부담하기 곤란한 연 200억~300억원 수준으로 책정하고 사실상 진입장벽을 다시 세웠다. 증권사 입장에선 이 서비스를 통한 고객확충과 수익제고를 기대했지만 실제 지급결제 기능을 제공할 수 있기까지는 법 시행 이후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우려가 크다.
자통법 시행과 함께 규제수위가 높아진 투자자보호법도 금융당국과 업계 사이 갈등을 키울 수 있다. 위험상품 판매에 대한 제약이 지나치게 까다로와 전체적인 영업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일선 창구를 찾은 투자자조차 "펀드 하나 가입하는 데 너무 긴 시간이 걸리고 절차도 어려워졌다"며 불만을 토로할 정도다.
증권업 이익단체인 증권업협회와 자산운용협회, 선물협회가 자통법 시행에 따라 금융투자협회로 통합되는 과정에서도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내달 공식 통합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기존 3개 협회로 갈라져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견제를 멈추지 않고 있어서다.
법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금융당국은 이미 예고된 부작용만이라도 막을 수 있도록 보완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 새롭게 시행되는 자통법이 연착륙하기 위해선 당국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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