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한화가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에 분할매각 방식을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인수 포기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한화는 대우조선 지분의 60%만 우선 사고 나머지 40%는 나중에 금융권 등 투자자들이 자금 사정이 좋아지면 함께 매입하되 그때까지 산은도 대우조선에 대한 경영권을 유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최근 산은에 제안했다.
앞서 산은은 한화의 자산을 매입해주는 방식으로 한화의 인수자금 조달에 협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한화가 보유 현금과 자산 매각대금만으로는 당초 매각대금인 6조3000억여원을 충당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 하에 사실상 `최후의 카드'로 분할매각안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산은은 한화의 분할매각안에 대해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불가 의사를 밝히고 자금조달 계획을 다시 짜 오라고 회신하면서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화로서는 분할매각안 이외에는 더 이상 제시할 카드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사실상 대우조선 인수를 포기할 공산이 커지는 것이다.
한화 관계자도 "우리로서는 더 이상 짜 낼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며 "산은이 입장을 바꿔 한화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지 않는 이상 인수계약이 성사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단 한화는 분할매각안을 포함해 기존의 요구사항에서 크게 벗어나지 범위 내에서 산은 실무진과 협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인수무산 가능성이 짙어지면서 한화는 이미 납부한 이행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한 작업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이달 말까지 한화에게 시간을 주겠지만 언제라도 이행보증금을 몰취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한화로서도 두 손 놓은 채 이행보증금을 떼이지 않으려면 미리 대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화는 통상의 인수합병 절차에서 본계약 이전에 거쳐야 할 확인실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보증금 반환 명분으로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실사 없이 인수절차가 진행된 것은 `눈가리고 서약서 쓰기'와 다를 바 없으므로 한화에게 실사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 산은측에도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논리이다.
주말과 설 연휴를 제외하면 한화와 산은이 막바지 협상을 벌일 수 있는 시간은 이달 말까지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상태이다.
산은이 전격적으로 한화의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는 이상 양측은 인수계약 성사보다는 이행보증금 반환 공방쪽에 힘을 쏟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