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기의 수레바퀴] 절망과 희망 사이

2009-01-15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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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1월 ‘하동환 자동차 제작소’를 시초로 55년 가까이 영속해온 쌍용자동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대주주 상하이차의 ‘먹튀 논란에 애초 정부가 중국 자본에 팔아넘긴 게 잘못이라는 자책에 수 없이 많은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쌍용차 공장이 있는 평택은 지금 거의 공황상태나 다름없다. 인근 식당들은 매출이 많게는 절반 가까이 떨어진 곳도 있다. 직원들은 대리운전 기사로 나서서 단 몇 푼이라도 벌려고 아등바등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13일에는 조업중단에 들어갔다. 대금결제를 받지 못한 협력업체들이 부품공급을 중단하자 생산라인이 서게 된 것이다. 채권은행의 금융지원여부도 불투명해 협력업체까지 공장 가동중단이 이어지고 있다. 쌍용차는 물론 협력업체까지 경영 동반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법원의 판단만 남은 쌍용차로서는 2004년처럼 회생의 길을 걸을 수 있을 지 막막하기만 하다. 현금흐름도 사실상 동결됐고, 최근에는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 중고차 값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고 한다.

일단 법원이 15일 쌍용차 회생절차개시 여부 결정을 위해 경영진을 불러 회생계획을 물어볼 계획이다.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옳은 답을 내지 못할 경우 법원의 판단이 불리한 쪽으로 날 가능성도 있다. 중요한 자리라는 말이다.

쌍용차 사태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인구가 많게는 1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웬만한 소읍 이상의 전체 인구가 먹고사는데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평택시 역시 지난 9일 법정관리신청 이후 곧바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민생안정대책본부를 꾸리고 기업진흥반 쌍용전담팀까지 가동하기에 이르렀다.

평택시는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기업이 대출할 수 있는 한도인 1곳당 2억 원을 5억 원까지로 확대하는 안을 매만지고 있다. 여기에 신용대출을 위해 시가 이자 차액을 보장해 주는 50억 원의 기금도 조성하려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어려움에 처한 부품업체들이 쌍용차 경영 정상화 지원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3일 150개 부품업체 대표 모임인 협동회가 쌍용차 경영 정상화 지원 약속을 담은 결의문을 쌍용차에 전달한 것이다. 그나마 공장 가동의 생명인 차 부품 조달 걱정은 덜은 셈이다.

또 하나, 희망적인 것은 정부가 완전히 절망적인 상태로 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 14일 국회 지식경제부 전체회의에서 쌍용자동차의 회생 가능성에 대해 “완전히 절망적이지는 않다”고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이 장관 역시 자구노력의 정도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장관은 “산업적, 기술적 측면에서는 상당히 어렵지만 현재로서는 쌍용자동차가 어느 정도 자구노력을 할 것인가가 열쇠”라고 말했다.

답은 나왔다. 판단은 법원이 하겠지만, 쌍용차 구성원 모두가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는 만큼, 다시 희망을 노래할 수 있도록 자구노력을 펴야 한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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