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햄버거와 피자, 어린이 안전 식품?

2009-01-1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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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이 발표한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특별법’이 출발부터 순탄치 않다.

식약청이 지난 8일 어린이 건강을 위해 '고열량ㆍ저영양 식품 선정 기준안'을 마련, 광고와 학교 내 판매를 제한하겠다고 밝혔으나 모호한 선정 기준과 업계의 반발로 입법 취지마저 실종되고 있다.

식약청이 내놓은 ‘고열량ㆍ저영양 식품 선정 기준’에는 컵라면은 ‘퇴출 대상’이 된 반면 대표적인 비만 유발 식품인 햄버거와 피자는 빠져있다.

이에 대해 해당 업체에서는 특정업계 봐주기가 아니냐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식약청은 지난해 11월 잠정안의 기준을 발표한 지 2달 만에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기준치를 큰 폭으로 완화한 결과 고열량ㆍ저영양 식품 대상에서 햄버거와 피자가 살아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고(高)열량 저(低)영양'을 기준으로 했다지만, 제조업체가 칼로리와 사이즈를 조절해 기준을 쉽게 빠져 나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품목별로 일괄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미국과 프랑스의 경우 TV 식품 광고에도 비만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문을 싣도록 하거나, 열량과 영양의 기준을 제품 포장지에 눈에 띄게 표시토록 하는 등 일찍부터 아동 비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어린이식생활 안전 관리법'이 허울뿐인 정책이 아니라 어린이들의 건강과 비만 예방을 위해 ‘정크 푸드’를 학교에서 추방하자는 근본 취지에 걸맞게 정부는  실효성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관리 감독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최민지 기자 choimj@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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