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마포구 연남동 일대에 추진 중인 대규모 차이나타운 조성 사업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동의 없이 관할청인 마포구청과 서울시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인근 주민과 차이나타운 조성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에 따르면, 주민들이 차이나타운 조성 반대입장을 피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와 마포구청이 주민들과 소통을 이루지 않아 불만이 더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영식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다른 지역은 뉴타운조성, 재개발 등으로 호재를 누리고 있지만 연남동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연남동에서 부동산업체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경기가 어려워 어느 지역이나 거래가 없긴 마찬가지겠지만 외부에서 찾아오는 문의 고객이 전혀 없다”며 “중국인을 위한 동네로 만들겠다는데 어느 누가 좋아하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지역 주민들의 차이나타운 찬성입장 표명이 한 주민에 의해 조작됐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관내 원주민인 위모씨라고 전해졌으며 위모씨는 찬성입장 사인을 얻기 위해 지난해 5월 말 연남동 소망교회에서 차이나타운 조성사업에 관한 사안을 열람토록 해주겠다며 주민들을 소집해 '입장'사인을 하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모씨는 이 '입장'사인을 '찬성입장'사인으로 바꿔 구청에 제출했고 이에 따라 차이나타운 조성사업이 가시화된 것이다.
이 위원장은 "주민들 사이에선 다 아는 얘기"라며 "위모씨가 향후 조합원 직권에 욕심을 내고 지속적으로 고령자 중심의 주민들을 설득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또 "시는 연남동과 함께 차이나타운을 조성하려던 인근 연희동은 고급주택가에 거주하는 입김 센 주민들의 반대로 거의 백지화 했음에도 불구하고 연남동 주민들을 무시하는 처사인지 시는 주민들이 잇따른 반대서명을 제출했는데도 눈 하나 깜빡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연희동과 연남동에 차이나타운을 조성한다는 계획이 추진된 적이 있었으나 연희동은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었다. 그러나 또 다시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의 '문화 서울' 사업의 일환으로 재추진됐다가 당시 연희동 주민 2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타운조성에 반대하는 의견이 46.6%로 찬성 의견 24.2%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져 현재 '잠정적 유보' 상태다.
차이나타운 조성반대 비대위는 현재 연남동 1~6통 중 차이나타운을 수용하게 될 2‧3‧4통 주민 305명 중 170명의 반대서명을 받은 상태다. 비대위는 이를 서울시 경쟁력강화본부를 비롯 도시개발과,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제출했지만 당초 밝혔던 조성 과정에 관한 자세한 설명과 '개발로 인한 주민 이주는 없을 것'이라는 애매한 답변 뿐이다.
연남동에 거주하는 한모씨는 "반대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뚜렷한 보상대책 등이 필요하다"며 "연남동의 도로만 중국풍으로 멋지게 꾸미고 간판만 바꾼다고 해서 주변의 낙후된 주택들이 감춰지진 않을 것이고 결국은 주민들이 떠나야 새 건물을 지을 수 있을텐데 보상문제에 대한 대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희동 차이나타운 반대운동에 나섰던 박운기 전 서대문구의회 의원은 "연희동의 차이나타운 조성 사업에 대해 백지화를 요구했으나 현재 애매한 상태로 보류돼 있다"며 "연희동과 인접한 연남동에 차이나타운이 조성되면 연남동 주민들은 물론이고 30~40년간 연희동에 주택지를 이뤄 살고 있는 주민들의 주거권까지도 침해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본질적으로 이 사업 전반의 모든 계획들이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았다"며 "향후 더 큰 문제점들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경쟁력강화본부에 따르면 1단계로 올해 말까지 조성될 차이나타운 특화거리 조성 용역 업체가 이달 22일 결정되고 2단계 타운조성공사 용역은 오는 7월 31일 결정된다. 이에 따라 구는 올해 말까지 특화거리 560m구간에 총 15억5030만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강희천 마포구 지역경제과 팀장은 "용역결과가 나오고 방향을 잡은 후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할 예정"이라며 "조성 방안을 구체적으로 구상하지 않은 현재로선 보상가 문제 등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우진 경쟁력강화본부 경쟁력지원팀장은 "현재 도시관리과 전통문화지구 계획팀에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 중"이라며 "오는 5월 지구단위계획 지정고시로 확정이 되면 주민열람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대해서는 "도시관리과에서 지난해 7월 주민들과 구청임직원들이 자리한 주민설명회에서 '특화거리 조성으로 인한 주민 이주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라며 "차이나타운 조성에 있어서는 민간개발을 통해 새롭게 건물을 짓게될 경우 주민들과의 합의를 통해 보상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일형 도시관리과 전통문화지구계획팀장은 "총괄은 경쟁력강화본부가 맡았고 우리는 1단계 거리조성만 담당할 뿐"이라며 "차이나타운 조성과는 별개의 용역을 통해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고 초안이 만들어지면 검토와 자문, 회의를 거쳐 오는 3월부터 거리조성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차현정 기자 force4335@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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