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SK그룹의 총수가 된지 11년째인 최태원 회장은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글로벌 사업에 대한 반성과 함께 극약처방을 내렸다.
지난해 그룹 안팎에서 SK그룹이 글로벌 시장에 쏟아부은 만큼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고 올해도 금융 위기로 인해 글로벌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최 회장은 '세대교체'라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지난해 말 사장단 인사를 통해 SK에너지,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 핵심 계열사와 직접 인사에 관여하지 않는 일부 계열사를 제외한 SK C&C, SK건설, SK해운 등의 사장을 교체했다.
'임기 중에는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SK그룹의 인사 원칙에 때문에 당초 소폭에 그칠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최 회장이 핵심 계열사 사장들을 모두 교체한 것은 그룹의 '캐쉬카우'인 SK텔레콤의 글로벌 사업 부진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SK그룹의 글로벌 사업은 SK에너지가 주도하고 있다. 그룹의 모태라 할 수 있는 SK에너지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수출액 21조1421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60% 정도를 해외시장에서 벌어들였다.
반면, SK그룹의 '캐쉬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SK텔레콤의 해외사업 성적표는 초라하다.
미국, 중국, 베트남 등 막대한 투자비를 쏟아부으며 8년째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베트남에서 시작한 이동통신사업인 'S폰'은 현재 가입자가 400만명으로 늘었지만 낮은 ARPU(가입자당평균매출액) 때문에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2007년에 이어 2008년에도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지난 2005년 미국서 시작한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힐리오'는 5억 달러가 넘는 누적 손실로 인해 지난해 7월 버진모바일에 매각하고 미국시장에서 아예 철수했다.
최 회장이 글로벌 시장 중에서 심혈을 기울리고 있는 중국 사업도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은 1조원을 투자해 차이나유니콤 지분 6.61%를 확보했으나 중국 통신사업 재편에 따라 보유지분이 3.8%로 줄었고, 차이나유니콤이 CDMA 사업에서 손을 떼고 차이나넷콤의 GSM 부분을 합병해 GSM 사업에 주력키로 하면서 SK텔레콤의 중국 CDMA 사업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에 최 회장은 SK텔레콤 수장을 정만원 전 SK네트웍스 사장으로 전격 교체했다. 최 회장이 지난해 김신배 전 SK텔레콤 사장을 재선임할때만 해도 SK텔레콤의 글로벌 사업을 위한 전략적 인사라는 해석이 나왔었지만 1년 만에 정만원 사장을 구원투수로 투입했다.
정만원 SK텔레콤 신임사장은 SK네트웍스가 자체 노력으로 워크아웃을 졸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최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는 SK그룹 핵심 인물로 꼽힌다.
글로벌 기업 도약에 목 말라 있는 최 회장이 내린 '사장단 교체'라는 결단이 SK그룹의 글로벌 사업에 어떤 변화와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한편, 최 회장은 올해 그룹 역점 사업으로 해외 자원개발, 생명공학, 환경사업 등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32개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해외 원유 및 광물자원 등 해외 자원개발을 글로벌 사업에 핵심 축을 해 영역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 회장은 자원개발 관련 투자비를 지난해보다 2배가 늘어난 1조원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또한 제약사에 공급하는 약 소재 개발 등 생명공학 분야도 신사업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2차전지, 리튬이온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도 비중을 둘 방침이다.
김영민 기자 mosteve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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