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로 현대자동차가 올 1분기 생산량을 30%가량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노조가 감산에도 불구하고 고용안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노조의 경영위기 불감증이 불황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현대차의 발목을 붙잡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9일 울산공장에서 열린 경영설명회에서 경기침체 여파로 올 1분기 생산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대 30%정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비상경영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 역시 불가능해졌다.
감산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현대차는 위기극복을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불황에도 꾸준한 수요가 있는 소형차 판매 확대에 사활을 걸 전망이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시장수요에 따라 한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탄력적으로 생산하는 혼류생산 방식과 근로자의 전환배치를 추진 중에 있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GM과 포드, 크라이슬러와 같은 빅3의 몰락을 목도하고도 회사 측의 방침에 반대하며 특근과 잔업수당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 ‘위기 불감증’ 현대차 노조
지난해 현대자동차는 경기침체로 관리직 임금 동결, 전주공장 버스 생산라인 1교대 변경 등 경영난 타개를 위해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노조 집행부는 ‘4만5000 노조원에 대한 정면 도전행위’라며 강하게 거부하고 나섰다.
또 노조 집행부가 거부한 회사의 비상경영안에 대해 생산직 조·반장을 중심으로 한 조합원들이 비상경영 체제에 동참을 선언하며 회사 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생산계획에 따라 일손이 부족한 조립라인에 작업자를 전환 배치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노조의 계속된 반발로 난항을 겪다가 가까스로 협의를 이뤘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속되는 노노갈등으로 각 공장에서 이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노사 화합’ 위기를 기회로
현대자동차가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세계 경기와 소비자들의 기호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생산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생산유연성 확보를 위해서는 혼류생산과 전환배치가 자유롭게 이뤄져야 한다. 이 같은 생산유연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노사 화합이 필수적이다.
지금 같은 위기에 노사가 합심해 혼류생산 체제 도입의 기틀을 마련하고, 효율적인 작업 환경을 조성하면 다가올 호황기에 큰 도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의 고질적인 노사갈등이 앞으로 현대자동차의 도약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한 언론사 객원논평위원은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듯하다”며 “위기가 끝나는 시점에서 다른 기업보다 앞서 있으려면 노사간 힘을 합쳐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생산라인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앞으로 노조에서 계속 협조적일지 의문”이라며 “고질적인 노사 문제가 불거질 경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홍재 자동차산업연구소 소장은 “노사가 하나라는 생각으로 개선에 적극 나서면 자사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결국 경영실적 개선과 함께 직원들의 고용안정과 임금상승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를 계기로 올해 노사가 한 몸이 된다면 저원가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도요타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김영리 기자 miracl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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