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진 경제용어 가운데 하나가 포트폴리오(Portfolio)다. 서류가방 또는 자료수집철 등으로 해석됐던 포트폴리오는 경제활동이 다양해지는 만큼, 그 의미도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일반인들의 참여가 많은 주식시장에서는 분산투자를 통한 수익의 극대화 전략으로 포트폴리오 전략이 도입되면서 친숙해진 지 오래됐다. 특정 한 종목에 집중하기 보다는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함으로써 한 곳에 투자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위험을 피하고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얼마전 한 대형 건설회사 고위 임원과의 차 한잔 시간이 있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건설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창사이래 최대의 실적을 거둔 회사다.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어떻게 좋은 결과를 달성할 수 있었냐는 질문에 "4-4-2 포트폴리오 전략을 마련한 뒤, 이에 충실했다"며 "그것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한 것 같다"고 나름대로의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또 정해진 포트폴리오에다 프로젝트에 대한 관리시스템 효과도 한 몫 했다고 덧붙였다. 프로젝트 관련 팀에서부터 최종 이사회까지 이르는 4단계(규모가 작은 경우는 3단계로 축소) 관리시스템 평가를 통해 위험도가 높은 프로젝트는 과감히 배제하면서 위험요인을 대폭 줄였다는 것이다. 올바른 포트폴리오 구성과 나름대로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이 부실요인을 최대한 줄이면서 수익성도 높일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요즘 건설회사들이 좌불안석이다.
대주단협약 가입에 이어 곧 퇴출대상 기업이 확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결과에 따라 워크아웃에 들어갈 기업도 나타날 것이고 불가피하게 퇴출될 기업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퇴출이냐 생존이냐 문제 못지 않게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 것이냐 하는 것이다. 10년전 외환위기 때 경험했던 일을 10년 뒤인 오늘 다시 겪고 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기업의 생사(生死)문제 못지 않게 앞으로의 생존 전략과 발전 전략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할 때이다. 또 이를 토대로 기업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포트폴리오라는 단어가 새삼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시스템 경영'에 대해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할 때이다.
10 년전 '정보화'라는 용어가 확산되면서 기업마다 너도나도 ERP(전사적자원관리스템)를 도입했다. 기업의 각종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문제였다. 한 발 더 나아가 ERP에다 기업별 특성에 맞는 새롭고 다양한 시스템도 개발, 적용하고 있다. 건설회사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단순히 집을 지어서 팔거나 아니면 토목사업을 수주해 땅 파고 다리를 건설하는 식의 아날로그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집을 짓더라라도 어떻게 팔것이냐 하는 보다 개관적인 분석과 예측이 필요하다, 또 그것을 수치화(디지털화)하는 것이 바로 시스템 경영이다. 그래서 포트폴리오 구성과 보다 선진화된 시스템 경영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