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리포트] 日 이동통신산업, 2009 삼국지

2009-01-2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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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일본 이동통신업체들은 휴대전화기(단말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일본 정부가 지난 2007년 내 놓은 '모바일 비지니스 활성화 방안'으로 보조금 지급이 폐지되며 매력적인 단말기 라인업이 이동통신사의 중요한 경쟁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각 업체들은 정부 정책의 변화에 맞춰 다양한 변신를 꾀하며 새로운 성능과 디자인의 단말기를 무기로 시장점유율 전쟁이 뛰어들었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서로 시행착오만 겪었을 뿐 아직까지 승부를 내지 못했다.

   
 
NTT도코모가 지난해 말 내놓은 새 시리즈인 '프라임', '스타일', '스마트', '프로'.

◆NTT도코모의 지나친 변화… 또 다른 변화가 필요하다

지난해 일본 이동통신업계에서 가장 많은 변화를 꾀한 것은 NTT도코모였다. 하지만 도코모의 특성없는 새 기종들이 고객과 영업일선의 혼란을 불렀고 도코모의 변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였다.

도코모는 지난해 전국 9개사 체제를 통합 1개사로 통합하고 CEO(최고경영자)도 나카무라 마사오에서 야마다 류지로 교체했다.

또 '앤서(answer)'라는 캠페인을 통해 고객의 요구가 있으면 즉시 응답해나가겠다는 기업자세를 선전하고 기업 로고도 바꾸며 변화를 모색했다.

하지만 기존의 90X, 70X로 나눠진 휴대전화기 시리즈를 기능에 따라 '프라임', '스타일', '스마트', '프로' 4개의 시리즈로 분산한 것이 문제가 됐다.

새 시리즈는 각 제조사의 개성을 살리지 못했고 시리즈마다 기능면에서 큰 차이가 없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게다가 최근 휴대전화 수요가 고성능 모델로 집중되며 도코모의 단말기 판매는 하향 곡선을 그렸다.

전문가들은 도코모가 다양한 고객층을 공략하기 위해 용도별로 시리즈를 나눈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부작용만 낳았다고 입을 모았다.

도코모는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고자 터치패드를 사용하는 고성능 단말기인 LG전자의 'L-01A'를 수입했지만 도코모의 이동통신 서비스 'i콘셀'과 호환이 안 돼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일본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휴대전화 단말기를 4개의 시리즈로 나누면 분간이 어렵고 제조사의 특성을 알기 어렵다"면서 "각각 단말기에 맞는 제조사를 찾아 특성화 시키지 않으면 앞으로도 판매량 증가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하지만 판매가 시작되면 결국 1~2가지 기종에 수요가 집중될 것"라며 "판매량이 가장 눈에 띄는 기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도코모가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i콘셀' 서비스도 개량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용자의 거주지역 입력으로 그 주변의 교통 지연 정보 등의 편의를 제공하는 'i콘셀'은 앞으로 도코모가 앞으로 크게 기대하는 서비스다.

하지만 고객 편의를 위해 제공하는 주변 지역 이벤트 서비스 등이 오히려 고객의 불편을 가져오고 있고 종종 지역이 잘못 표기되는 등의 오류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또 'i콘셀'은 지난 6월 사임한 나쓰노 다케시 수석 부사장이 주도했던 사업이기 때문에 도코모가 앞으로 이 사업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도 관심사다.

하지만 '모바일 비즈니스 활성화 방안' 시행이 도코모에게는 작은 위안 거리이다. 

보조금지급이 금지돼 번호이동이 크게 줄며 54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도코모의 리딩컴패니 자리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iPhone 3G'를 발매한 소프트뱅크모바일의 손정의 사장.

◆ 압박에 시달리는 소프트뱅크모바일

'아이폰' 판매 부진, 열악한 '인터넷 서비스'. 지난해 소프트뱅크모바일을 압박한 악재들이다.

항상 화제를 몰고 다니는 소프트뱅크모바일은 지난 2008년 애플의 '아이폰'을 발매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경쟁업체인 도코모가 '아이폰' 판매권 획득 경쟁에서 일찌감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기 때문에 업계 전문가들은 소프트뱅크모바일에게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기 때문이다.

판매가 시작된 지난해 7월 11일, '아이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증명하듯 도쿄시내 곳곳에 '아이폰' 구매를 위한 행렬이 늘어섰다.

'아이폰'은 판매 초기에는 순조로운 판매량을 보이며 소프트뱅크모바일의 기대를 부응하는 듯 했지만 판매량이 급락하며 결국 단발 이슈 상품에 그치고 말았다.

2008년 11월 기준 '아이폰' 판매량은 소프트뱅크모바일의 예상에 크게 못 미치는 30만 대에 수준으로 현재도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소프트뱅크모바일은 '아이폰' 판매권 확보로 이동통신 시장점유율 상승을 기대했기 때문에 실망스러운 성적표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소프트뱅크모바일은 '아이폰' 판매권 획득과정서 많은 비용을 투자했고 판매권 획득 이후에도 막대한 광고·홍보비를 쏟아 부었다.

또 '아이폰' 판매 부진으로 '실험, 모험 정신'으로 대표되던 소프트뱅크모바일의 기업 이미지에도 손상을 입게 됐다.

어렵게 성취한 '아이폰' 판매권 취득이 재정적 부담과 이미지 손실로 이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소프트뱅크모바일이 '아이폰'에 얽매이지 않고 단말기 다변화와 대체 히트 상품을 내놔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인터넷서비스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여타업체에 비해 열세인 점도 소프트뱅크모바일에게는 부담이다.

소프트뱅크모바일은 일본 이동통신사 중 유일한 인터넷 정액요금제를 사용하지 않는 업체다.

2007년 음성통화 정액제를 도입하며 발생한 비용적 부담을 휴대전화 인터넷 요금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소프트뱅크모바일의 비싼 인터넷 서비스를 외면하고 있고 업계 관계자들은 인터넷 정액제를 쓰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지적한다.

소프트뱅크모바일은 문제 극복을 위해 오전 1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인터넷 서비스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 상품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상품 가입시 넷북을 5만 엔에 구입할 수 있는 쿠폰을 비롯해 다양한 경품을 내걸었지만 이 상품이 'Yahoo!BB세트'(초고속 인터넷 상품) 동시가입을 조건으로 한 데다가 낮에는 정액제, 저녁에는 종량제로 사용이라는 비현실적 요금 설정이 그 이유다.

전문가들은 소프트뱅크모바일이 인터넷 사용량을 억제해 기지국 확충과 같은 설비투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 종량제 서비스를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설비투자를 늘리고 정액제 요금제를 도입해야 소프트뱅크모바일이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포츠 기능을 강화한 KDDI의 'Sportio'.

◆결국 'KCP+'에서 발을 뺀 au

KDDI au는 2008년 최악의 1년을 보냈다. au휴대전화 단말기의 공통 플랫폼인 'KCP+' 도입에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au를 등졌기 때문이다.

'핸드폰의 미래'라며 'KCP+'를 공격적으로 홍보한 au는 단말기 제조사들에 'KCP+'를 강요했다.

하지만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횡화면표시와 터치패널 등 새로운 플랫폼이 대응되지 않는 'KCP+'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결국 단말기 제조사들은 대부분 au를 떠났고 남은 것은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떨어지는 샤프를 비롯한 몇몇 업체들 뿐이었다.

샤프는 소니에릭슨과 카시오에 크게 밀리는 단말기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au의 'KCP+' 독점을 목표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결과적으로는 au에서는 경쟁사들보다 조작성과 성능이 떨어지는 제품 밖에 나오지 않게 됐고 자연스레 시장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이에 au는 경쟁업체에 비해 짧게는 반년, 길게는 1년이나 늦은 현 시점에서 횡화면표시와 터치패널에 호환되는 플랫폼을 개발해 올해 봄부터 고성능 기종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NTT도코모와 소프트뱅크모바일의 W-CDMA/HSDPA와는 달리 au는 CDMA2000방식을 택하고 있어 해외 기업의 단말기를 들여오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여러 일본 국내 기업들도 이미 au에 등을 돌린 터라 올 한해도 쉽지 않은 1년을 맞을 전망이다.

au가 2009년에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au다운 서비스'다.

au는 사업초기부터 도코모에 밀리며 틈새시장 공략이나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내는데 능력을 발휘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웰빙열풍을 타고 개발된 'au 스마트 스포츠'.

'au 스마트 스포츠'는 운동을 할 때 사용자가 달린 거리와 칼로리를 측정해 주는 서비스로 이 서비스에 특화시킨 단말기인 'sportio'도 적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 고음질의 벨소리를 제공하는 '벨소리플러스' 도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고 맞춤형 단말기인 'Walkman Phone Xmini'도 순조로운 판매세를 보이고 있다.

비록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종은 아니지만 고객들에 'au다운 서비스'를 어필하며 선전 중이다.

'au 스마트 스포츠'의 회원수는 이미 50만 명(2008년 11월 기준)을 넘어섰고 TV에서 고음질 벨소리를 즐길 수 있는 'au box'도 시중에 이미 5만대 이상 배포됐다.

호환성이 떨어지는 플랫폼을 고집하다 시장의 외면을 받을 것인지, au다운 서비스와 그와 맞는 기종을 통해 잃어버린 인기를 다시 되찾을 것인지 2009년은 au에 있어 중요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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