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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
이에 따라 M&A 전도사를 자처하며 공격 경영의 기치를 내걸었던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의 입지가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M&A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제시해 온 황 회장의 기세가 한 풀 꺾인 만큼 지주회사 출범 때부터 거론돼 온 강정원 국민은행장과의 마찰이 표면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외화 유동성 부족 등으로 인해 당분간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황 회장은 지난 5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범금융기관 신년 인사회에서 "지금처럼 달러가 부족한 때에 외환은행을 인수할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정부까지 나서 은행권의 건전성 강화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자금을 쏟아부을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황 회장이 취임 초 제시한 '대등합병' 대상으로 거론됐던 우리은행 인수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우리은행이 정부가 조성한 자본확충펀드의 지원을 받기로 함에 따라 정부의 품에서 벗어나기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는 최근 유진투자증권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우선협상자 선정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KB금융지주가 추진했던 M&A 전략이 줄줄이 차질을 빚으면서 이를 진두지휘했던 황 회장의 입지도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KB금융지주가 출범 첫 해부터 시련을 겪고 있다"며 "M&A는 물론 자사주 매각 등 그룹 현안들이 표류하면서 황 회장의 리더십이 타격을 입고 있다"고 평가했다.
당초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던 강정원 행장과의 관계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잇따른 M&A 실패에도 황 회장은 "그룹의 역량 강화와 자체 성장전략을 위해 필요할 경우 증권사나 보험사 인수에 나설 수 있다"며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지 않는 M&A는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강 행장은 향후 경기침체 국면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올해 리스크 관리와 비용 절감에 주력하겠다며 내실 경영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강 행장은 신년사를 통해 "외형 성장에 치중하지 않고 다른 은행과의 과당 경쟁도 지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회장과 강 행장이 향후 경영 전략에 있어 미세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두 사람의 경영 스타일이 다른데다 KB금융지주 출범 초기부터 투톱 체제가 유지될 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며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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