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벽두부터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증권선물거래소 내부에서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거래소 노조는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정부가 거래소의 방만경영을 문제 삼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려는 것을 경영진이 저지하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이정환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9일째 천만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특히 금융당국의 감사와 검찰수사가 표적수사였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 이사장이 지난해 초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이사장 후보 추천을 위해 사외이사와 시민단체 등에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심을 받은 상황에서 대통령 측근 인사가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후폭풍으로 금융감독원의 감사와 검찰 수사를 받았다는 주장이다.
금감원 감사와 검찰 수사 결과 거래소가 공무원과 증권사 간부 등에게 10억원대 골프 접대비를 지출하고 임직원들이 국외연수 명목으로 회사돈으로 가족동반 유럽여행을 한 사실이 발각돼 관련자들이 징계조치를 받았다.
이후 거래소의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비난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급기야 감사원은 거래소의 방만 경영을 지적하며 기획재정부에 공공기관 지정을 권고했고, 금융위원회도 독점적 수익이 전체 수익의 50%를 초과한 만큼 공정거래법상 독점기업에 해당한다며 감사원의 손을 들어줬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거래소 경영진은 거래소 본사가 있는 부산지역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 언론 등과 접촉, 공공기관 지정의 부당성을 호소하며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 이사장이 거래소 허가주의 입법과 관련해 부산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를 동원하는 등 정치 달인을 능가하는 행태를 보여줬다”며 비판했다.
경영진은 노조의 이사장 퇴진운동에 대해 공식 대응은 자제하고 있으나 기재부가 감사원의 공공기관 지정 권고를 거부한다면 노사간 갈등이 곧바로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재부는 이달 중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거래소측의 공공기관 지정 반대 움직임에 대해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모 증권사 간부는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시도는 과거 정권에서도 여러 번 있었으나 그때마다 실세 이사장들이 취임하면서 방패막이 역할을 한 덕분에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임직원 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방만한 경영을 할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공공기관이 되면 동북아 금융허브로 성장하는 데 제동이 걸린다는 주장은 논리적 설득력이 약하다. 다만 예산을 낭비하고 임금을 과도하게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기관 반대에는 기득권을 사수하려는 속셈이 반영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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