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의 오너들이 경영일선에 속속 복귀하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는 등 건설업계의 악재가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GS건설은 최근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오너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김갑렬 공동대표가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허명수 GS건설 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허 사장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셋째 동생으로 GS건설 주식 3.62% 보유하고 있다.
허 사장은 취임 이후 그동안 주력했던 개발 및 주택사업 부문을 축소하고, 사회간접자본시설(SOC) 등 공공공사 수주에 주력하기 위해 해당 분야의 영업력을 강화했다. 또한 상무 이상 임원 73명 가운데 13명을 재임용에서 탈락시키는 등 구조조정을 마쳤다.
벽산건설도 지난해 말 김희철(72) 회장이 대표이사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전문경영인인 김인상 전 대표이사 사장에게 경영전권을 맡긴 지 2년만이다.
벽산건설은 오너경영 체제로의 전환과 동시에 토목공사 등 공공공사 수주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오너 2세들도 경영 일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초 대림그룹 지주회사 격인 대림코퍼레이션의 2대 주주에 오너 이준용 명예회장의 장남 이해욱 현 대림코퍼레이션 대표이사가 이름을 올린 데 이어 벽산건설 김희철 회장의 차남 김찬식 전무가 부사장에 취임했다.
특히 이해욱 대표는 대림그룹의 지주회사인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중 이준용 명예회장(60.96%)을 제외하면 가장 많이 보유(32.12%)하고 있어 사실상 대림산업의 실질적인 오너가 됐다.
이 밖에도 대우건설과 금호건설을 총괄하고 있는 신훈 부회장도 최근 대내외적인 직함을 벗고 건설업에만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신 부회장은 그동안 한국주택협회장으로 활동해왔으나 경영에만 전념하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들의 경영일선 복귀는 안정감과 책임경영이란 장점이 있는 반면 견제와 균형에 의한 경영이 어려워 부담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김상국 경희대 교수는 "위기상황일수록 오너들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며 기업을 살린 사례도 많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경영 현장에서 오래 떠나 있던 오너 일수록 기업을 어려움에 봉착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의 오너들이야 말로 한 기업을 성공 가도에 이끈 장본인들임에는 틀림 없지만 현재의 경제상황과 기업 경영상태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과거의 경영방식을 답습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도 "오너경영은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대내외 위기에서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그만큼 대응력이 빠르다는 게 장점"이라면서도 "하지만 기업주라는 위치로 인해 견제와 균형에 의한 경영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