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 코스피 750~1500선 등락 예상
조정기 경기방어주ㆍ회복기 경기민감주 주목
경기침체 장기화로 주식시장이 상반기까지 바닥을 다진 뒤 각국 경기부양 효과가 가시화되는 하반기부터 본격 반등할 전망이다.
4일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올 코스피 예상범위를 750~1500선으로 제시하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상승폭을 확대하는 '상저하고'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회복 시점이 하반기 이후로 점쳐지는 만큼 상반기는 경기방어주를 중심으로 보수적인 매매를 유지하다 하반기에 경기민감주로 갈아타는 전략이 유리해 보인다.
◆상반기 바닥확인 반복=상반기 증시는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이 여러 차례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 경제가 50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우려 속에 당장 이달부터 쏟아지는 4분기 기업실적이 기대를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오상훈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침체 장기화로 기업과 금융기관 건전성이 악화되면서 기업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이로 인한 실업 증가와 소비 감소는 증시에서 가장 큰 악재로 작용하면서 지수 저점을 수차례 갈아치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 경기침체로 인한 수출 감소도 부담스럽다.
윤세욱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경기침체 가속화로 국내 수출이 위축되고 있다"며 "선진국 경기침체가 지속된다면 한국이나 중국처럼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는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소비 감소에 따른 내수 침체 역시 문제다.
서용원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주요 경제분석기관이 새해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1%대로 낮추고 있다"며 "여기에는 소비 위축에 따른 내수 침체가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완만한 회복=증시가 하반기부터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이란 기대는 각국 경기부양 효과 가시화가 배경이 되고 있다.
국내외 정부가 경기부양 드라이브를 걸면서 늘어난 유동성이 주가 상승을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부양 정책과 유동성 확대가 하반기 들어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증시는 상승폭을 확대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경제지표 호전이 예상되는 것도 긍정적이다.
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에는 혹독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많은 기업이 위기에 빠지겠지만 살아남는 기업에는 큰 기회가 올 것으로 본다"며 "시장 재편과정에서 생존한 기업은 2010년부터 예상되는 경제지표 호전에 힘입어 고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반기로 갈수록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 역시 지수 상승 가능성에 한몫하고 있다.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수출주력제품인 반도체는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반면 주요수입품인 석유는 가격 하락을 지속할 것으로 본다"며 "이로 인해 경상수지 흑자 규묘가 꾸준히 커지고 원화가치가 제고된다면 강한 경기회복 모멘텀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先경기방어ㆍ後경기민감=상반기 예상되는 조정장에선 경기방어주로 안정성에 배팅한다면 하반기 반등장에선 경기민감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유리하다는 조언이다.
먼저 상반기는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지수 저점이 수차례 낮춰질 수 있기 때문에 위험관리가 투자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문기훈 굿모닝신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는 통신서비스나 음식료처럼 소비 민감도가 낮고 과점적 지위에 있는 내수대표주를 중심으로 한 보수적인 매매가 유효해 보인다"며 "하반기를 대비해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수출기업에도 꾸준한 관심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회복 속도에 따른 투자종목 교체도 고민해야 한다.
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는 전반적으로 경기방어주가 유리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하지만 2분기부터라도 세계 경기회복 속도에 따라서는 반도체나 철강, 자동차 업종에 대한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반기는 구조조정 마무리와 경제지표 호전에 힘입은 상승 모멘텀이 기대되는 만큼 경기민감주로 관심을 옮길 필요가 있다.
오상훈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IT업종은 상반기까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생존 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오히려 시장 재편과정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어 수혜가 기대된다"며 "금융과 조선, 건설 업종 가운데도 이번 구조조정을 거쳐 살아남을 기업에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진영ㆍ서혜승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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