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한편으로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역경을 이겨내면 찬스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기일수록 고정관념을 깨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올 기축년 새해를 시작하면서 경제부처 장관들이 신년사를 통해 밝힌 주요 대목들이다. 짙게 드리워진 세계적 경제침체의 어두운 그림자를 의식한 탓인 듯 2009년을 여는 경제부처 수장들의 화두는 ‘위기=기회’라는 등식으로 집약됐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노력과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하는 일면에서는 사뭇 비장한 긴장감까지 묻어난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마저도 “올해 상반기는 가장 힘든 시간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니 말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한 해는 참 힘들었다. 연말이면 늘상 나오는 ‘다사다난’이라는 단어가 지난해처럼 어울리는 해도 없었던 것 같다.
세계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경제불황 여파는 한국 경제를 송두리째 ‘반토막’ 냈다. 신문 지면에는 ‘환란 이후 처음’ 이라는 수식어가 하루에도 몇 개씩 얼굴을 내밀었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국민들의 염원을 등에 업고 야심찬 출발을 했던 ‘MB노믹스’는 상반기엔 촛불 집회에 막히고, 하반기엔 글로벌 경제 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며 기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한 채 반 토막이 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반토막’이 끝이 아닌 진행형이라는데 있다.
정부가 이 험난한 파고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지켜보아야 하는 국민들 마음은 더욱 을씨년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 한 해 이 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낙제점 수준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경실련이 며칠 전 경제학·경영학 전공 대학 교수 등 전문가 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팀 수장들의 평균 성적은 5점 만점에 1.92점에 불과했다. 이들은 경제팀을 저평가한 이유로 ‘낡은 사고와 시대착오적 상황 인식·발상’ ‘잘못된 정책 추진’ ‘철학과 희망, 비전 부재’ 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 같은 민심을 반영하듯 어느 장관이 새해 신년사에서 “제2의 국운융성시대”를 열어 나갑시다”고 외쳤지만 신뢰를 잃은 장관의 목소리는 공허함 그 자체였다.
올 1년은 적어도 경제에 관한 한 가장 혹독한 한 해가 될 것이다. 성장은 거의 정체되고, 공장 가동은 정지되며, 실업자들은 길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 때문에 새해를 맞았지만 국민들의 마음은 새해 희망보다는 연초부터 닥칠 실업의 한파와 더욱 곤궁해질 살림살이에 대한 걱정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실시한 신년 국정연설에서 개각과 청와대 진용개편 등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청와대 일각에서는 출범 1주년이 되는 2월25일을 전후한 시점에 여권 진용 개편을 꾀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대통령도 인사 파일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를 끝내고 인사 타이밍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적 쇄신을 단행해 새로운 출발을 알리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것이 액션플랜의 핵심이다. 가장 먼저 개각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린 경제팀에게 새해에도 계속해서 경제 운용을 맡겨야 한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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