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사진설명: 치메이 전자. |
세계적 경기침체가 타이완의 대표산업인 LCD 제조업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지난 12월 LCD 업계 세계 4위 규모를 자랑하는 타이완의 유명 LCD 생산업체인 치메이(奇美) 전자가 창사 10주년 만에 유래없는 대규모 감원계획을 발표했다.
치메이 전자의 대규모 감원 발표가 있은 다음날, 난토우(南投)에 위치한 치메이 본사 풍경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다만 평소라면 직원용 차량으로 가득 차 있었을 주차장이 3분의 1정도만이 채워져 있었다. 공장직원의 말에 따르면, 모든 외주 청소 용역 직원들은 해고됐으며 각 공장마다 청소원들이 겨우 10여명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7층 규모의 본사 건물에도 오직 30여명의 청소원들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현재 회사 권고로 무급휴가중인 한 직원은 예전에는 밤 8~9시가 되어서야 간신히 퇴근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오후 6시 정각만 되면 시간에 맞춰 사람들을 내보낸다고 말했다.
![]() |
||
사진설명: 08년 중국항저우전자정보박람회에 참가한 치메이전자 부스 전경. |
2008년 3분기 치메이 전자의 손실은 41억 타이완달러(TWD)(약 1629억원)에 달했다.
당시 간부급 직원들의 월급을 10% 가량 삭감하고 공장가동률을 60% 수준으로 낮추는 등 경기한파에 대한 조치의 수위 조절에 들어갔지만 감원은 없었다.
하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돼 외주 공장을 정리하고 직원들의 무급휴가를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1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수준에 그쳤다.
12월에 들어서도 경기는 크게 호전되지 않았고 난토우 지역의 7개 공장의 가동률은 10~50%대를 유지하기에 이르렀다.
치메이 그룹은 창사 이래 '행복한 기업, 가족같은 기업'이라는 기업 이념과 이미지를 유지해왔기에 '고용정리'라는 마지막 방법을 취하기 위한 밑작업에 들어갔을 때 외부로부터 많은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 |
||
사진 설명: 타이완 LCD산업의 대표주자 치메이(奇美)전자가 대규모 감원을 단행한 가운데 사진은 고개숙인 쉬원롱 치메이 그룹 회장. |
그는 이어 "감원 자체가 치메이 그룹 내에서 처음 있는 일은 결코 아니며 1972년 석유파동 당시 치메이 전자의 모기업인 치메이 실업이 전체 직원 수의 10%가 넘는 대규모 감원을 단행한 선례가 있다"고 말했다.
쉬 회장은 시종일관 온화한 표정으로 인터뷰에 임했지만 이번 경기침체와 감원조치에 대해 매우 큰 심적 압박과 부담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사람들의 경우 자연재해의 피해를 비교적 크게 받고 또 어떤 이는 작게 받는다. 불공평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경제 한파로 직장을 잃은 사람도 있지만 여전히 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쉬 회장은 다양한 구조조정을 통해서라도 LCD 사업은 계속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
그는 LCD 산업이 고도의 과학기술 산업으로 치메이 전자만의 것이 아닌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산업임을 강조하며 꼭 치메이가 아니더라도 또는 치메이의 경영인이 교체된다 하더라도 LCD 산업은 타이완이 계속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에 불어닥친 경기 한파의 영향을 받은 것은 치메이 뿐만이 아니다.
한 전문가는 "현재 상황이 모두가 생각하는 것의 3배 이상 나쁘다"며 "전 세계적으로 또 타이완에서 불가피한 감원이 단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원 조치가 기업의 양심을 논할 문제가 아니며 기업 경쟁력이 없음을 나타내는 것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현재 시점에서 기업발전에 꼭 필요한 일을 하지 않으면 후에 정부의 구제 요청을 하거나 기업 파산을 선포해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며 덧붙여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미뤄두는 기업이 건강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며 반문했다.
2007년 치메이 전자는 동시에 두 개의 공장을 확장했다. 당시 허자오양(何昭陽) 전 사장은 "치메이의 투자 비율이 다른 기업들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높고 투자 속도 역시 빠르지만 불경기에 접어든다면 그만큼 더 리스크가 높을 것"이라고 자인했고 우려했던 바는 현실로 나타났다.
결국 사람과 온정을 강조했던 치메이 전자는 '행복한 기업'이라는 기업이념이 불경기에서는 오히려 최대의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겠다.
치메이 전자의 감원조치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상보다 현실적인 방법을 택한 일례로 곧 다른 기업들 역시 비슷한 선택을 하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지금의 범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여파가 더욱 두렵다./타이베이=김모현 통신원
아주경제연구소 기자 ajnews@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