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구조조정과 ‘신일본형 성과제도’

2009-01-0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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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붕의비즈니스파일

철밥통, 신이 내린 직장, 낙하산 인사, 경영부실 등은 그동안 우리나라 공기업들에게 따라붙은 대표적 꼬리표다.

최근 정부는 이 같은 공기업을 대상으로 제4차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69개 기관에 대해 향후 3∼4년동안 희망퇴직 등을 통해 총정원 15만명의 약 13%에 달하는 1만9000명을 감축한다는 게 핵심 골자다.

감축인원은 철도공사가 5115명으로 가장 많고, 한국전력 2420명, 수력원자력 1670명, 농촌공사 844명, 기업은행 740명, 도로공사 507명, 산업은행 237명 등이다.

인력감축 뿐아니라 각 기관의 기능과 업무의 적정성을 분석, 그 결과를 토대로 핵심기능에 적합한 조직과 정원으로 개편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공기업 구조조정 발표를 보면서 양면적인 생각이 떠오른다. 

우선 과거 그 어느 정권보다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공기업의 운영보조금에 일조하고 있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시원스러운 맘이 든다.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를 형성하고 있는 공기업이 합리적이고 내실있는 구조조정을 거쳐 경영 효율성을 확보한다면 그 이상의 효과적인 변화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동안 자체 사업만으로는 부실경영을 하면서도 임직원들에게 각종 편법수단을 동원해 수 백만원에서 수 천만원에 달하는 보너스를 지급하는 행태도 적발됐다.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로 모든 민간기업들이 인력감축, 퇴출, 구조조정 등의 진통을 겪고 있을 때 공기업만은 무풍지대나 마찬가지였다.

강력한 노조와 정부의 제식구 챙기기식 사고방식을 언덕삼아 수많은 지탄속에서도 그동안 굳굳히 버텨왔던 공기업들이기에 이번 발표가 더욱 반가운 것이다.

또다른 한편으로는 정부가 그들의 퇴로까지 염두에 두고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지 의구스럽다.

15만명에 달하는 공기업 근로자들 가운데 방만경영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인원이 얼마나 되고, 보너스로 돈잔치를 벌일만큼 수혜입은 직원들은 과연 몇 프로나 됐을까?

정부의 이번 공기업 선진화 추진방안은 효율성 중심의 성과주의가 그 배경에 깔려있다.

그러나 성과주의 인사가 만사(萬事)는 절대 아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성과주의 인사시스템을 도입했던 일본의 경우  최근 ‘신일본형  성과주의’ 인사제도가 대안적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캐논이다. 캐논은 호봉제 등 연공 중심의 전통적인 인사제도를 폐지하고, 직무급 도입 등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강화하는 한편, 정년보장을 통해 ‘고용안정감’을 제공함으로써 일본식 인사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성과주의 인사도 구현하고 있다.

공기업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댄 정부는 이 같은 ‘신일본형 성과주의’를 참고한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과거 인력감축에만 초점을 맞춰 구조조정을 단행하려다 노조의 반발에 밀려 실패했던 사례들을 반면교사(反面敎師) 할 때다.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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