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시장발 금융위기로 글로벌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전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은 단연 2009년 경제 전망에 쏠려 있다.
2009년에는 금융위기를 비롯해 실물경제의 침체가 잠잠해질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2009년에도 글로벌경제는 물론 자본시장 전체의 요동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파란만장했던 2008년을 보내고 2009년을 맞이해 본지는 5회에 걸쳐 내년 글로벌 경제와 아시아 증시, 상품시장, 외환시장, 채권시장을 조망해본다: 편집자주]
2008년 신용경색 사태로 몸살을 앓았던 글로벌 회사채 시장에 봄날이 찾아올까. 국채 다음으로 안전한 투자자산이라는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이 올해 죽을 쑨 것이 사실이지만 2009년에는 본격적인 랠리를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AAA' 등급 회사채에 대한 이자율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채권시장이 '오버슈팅'(overshooting)됐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신용위기와 경기침체로 회사채 시장의 랠리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 역시 사라지지 않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회사채 시장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며 2009년에는 회사채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한 투자전략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고 경제전문 매체 마켓워치가 최근 분석했다.
사지 어드바이저리 서비스의 마크 맥퀸 공동 창업자는 "지난 29년 동안 채권시장에 몸담았지만 지금처럼 매력적인 투자기회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회사채 스프레드 5.7%...소비재기업 유망=S&P에 따르면 지난달 투자등급 회사채 금리는 비슷한 만기의 국채에 비해 5.7%포인트 이상 치솟았다.
![]() |
||
미국 주요 국채 수익률 추이 (출처: 야후파이낸스) |
이는 지난 5년 평균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업종별로 소비재업종의 회사채에 주목하고 있다. 에너지 관련 기업과 슈퍼마켓 등 주요 에너지업종과 유통업종은 경기불황의 여파를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이다.
맥퀸 공동 창업자는 "에너지기업과 유통업종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가 좋아보인다"고 밝혔다.
쏜버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제이슨 브래디 매니저는 "회사채 스프레드의 확대는 위험 을 택한 투자자들이 마침내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는 의미"라면서 "회사채는 문제가 있는 자산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요 기업 중에는 "현금흐름이 좋은 기업들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면서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과 텔레포니카, 컴캐스트 등 통신업종 우량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전망이 밝다"고 조언했다.
◆국채 수익률 10년래 최저..회사채 매력 ↑=국채 수익률이 10여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2009년 국채 투자를 통한 수익은 제한될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는 회사채에 대한 매력을 높이는 배경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메릴린치에 따르면 지난 1995년 이후 채권 수익률은 13.7%를 기록했다.
라이드, 썬버그가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 따르면 국채에 대한 매력수치는 지난해 말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2월 말 펀드매니저들의 채권신뢰지수는 36을 기록했다. 이 서베이에 참여한 펀드매니저는 24명으로 이들이 운용하는 자금만 1조2400억달러에 달한다.
이같은 서베이 결과는 국채에 대한 매력이 낮은 만큼 채권시장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회사채로 급격히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풀이했다.
![]() |
||
미국 회사채 |
다이와증권 SMBC의 나가이 야스토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국채 수익률은 매수에 나서기에 너무 낮다"면서 "이는 올해 하반기 부동산 시장이 살아난 후에야 경제 역시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나가이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은 국채를 팔고 회사채와 주식을 사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채 금리의 하락에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역시 한몫했다. 연준은 지난해 9월 5.25%였던 연방기금목표금리를 0~0.25%까지 끌어내리면서 실세금리 하락의 배경을 제공한 셈이 됐다.
시장조사기관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주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58%를 기록해 1970년대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국채의 벤치마크인 10년물 수익률 역시 2.08%를 기록해 1960년대 이후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다. 장기물인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올들어 사상 처음으로 3% 밑으로 떨어지면서 최근 2.6%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채 시장의 강세(국채 금리 하락)는 신용위기 여파로 실물경제 침체와 함께 미국증시가 올들어 40% 가량 급락하면서 가속화됐다는 평가다.
사진: 신용위기로 글로벌증시가 초토화되면서 국채금리가 급락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
프루덴셜 채권 매니지먼트의 로버트 팁 최고 투자책임자는 "올해는 국채 시장의 랠리가 이뤄졌다"면서 "단기적인 관점에서 국채시장은 변동성이 확대되는 취약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美 2009년 국채 발행 2조달러 달할 듯=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안과 경기부양책에 따라 막대한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사실도 국채 시장의 약세 재료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2009 회계연도에만 2조달러의 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팁 책임자는 "미국 당국이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막대한 지출에 나설 수 밖에 없다"면서 "일반적으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국채 금리가 상승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 |
||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1년 추이 (출처: 야후파이낸스) |
2009년 채권시장의 또 다른 변수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될 전망이다. 연준과 미 재무부가 주택 경기 활성화를 위해 모기지 금리의 하락을 의도적으로 이끌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금리하락을 예상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월 들어 연준은 패니메와 프레디맥 등 주요 모기지업체가 발행한 채권을 본격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현재 모기지업체들이 발행하는 채권 금리는 국채에 비해 1%포인트 이상 높은 상태다. 이는 연준이 본격적으로 모기지 채권을 매입하기 전의 1.7%포인트에 비해 하락한 것이다.
손버그의 브래디 매니저는 "모기지업체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면서 "모기지 금리의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