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의 눈과 귀가 온통 '26일 이후'로 쏠리고 있다.
초점은 한나라당의 법안 처리 'D-데이'가 언제이냐, 실제 법안 처리를 밀어붙인다면 어떤 전략과 전술을 구사할 것이냐로 좁혀진다.
◇與 `강행처리 수순' 돌입 = 172석의 거대여당, 한나라당은 준비를 거의 마친 모습이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24일 오후 중재노력을 펼치고 있는 김형오 국회의장과 권선택 선진당 원내대표와 잇따라 만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출사표'를 던졌다.
홍 원내대표의 얘기는 간단하다. `성탄절 휴전' 시한인 25일까지 "어떤 방식으로든 3당 원내대표 회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쟁점법안에 포함된 114개 가운데 '추리고 추려서' 야당과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다.
"만날 수 있다면 한밤중에, 새벽에 오라고 해도 갈 것이며, 어디라도 가겠다"는 그의 절박한 멘트는 그만큼 강력한 전투의지를 대변한다. 민주당의 태도에 꿈쩍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국민을 향한 명분쌓기에 들어간 것으로도 읽힌다.
그 스스로도 "협상이 안되면 불가피하게 처리해야 할 법안의 정당성 여부를 국민에게 직접 묻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탄핵 역풍'의 기억, 변수될까 = 물론 한나라당 내부 기류는 다소 복잡해보인다. 24일 오전 열린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와 의원총회에서 다수 의원들로부터 온건론이 개진됐다.
원희룡, 남경필 의원 등이 '분리처리론'이나 '속도조절론'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이들이 지적한 법안들은 강행처리시 "오히려 불똥이 이쪽으로 튈 수 있다"는 인화성이 높은 사안들이었다. 적잖은 의원들이 공감했다.
남경필 의원은 "국정원법이나 집시법, 사이버모욕죄는 찬반이 엇갈리는데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하면 자유와 인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며 "정무적 판단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강조한 `정무적 판단'은 원희룡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교훈삼아야 한다"는 말과 결합되면서 이른바 한나라당이 아파하는 '탄핵의 추억'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홍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권의 흐름은 남 의원이 지적한 '정무적 판단' 방향과 달라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도 중점법안 처리를 둘러싼 당내 이견을 조정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면서도 "이건 탄핵과 다르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법안 처리 D-데이는 = 한나라당 수뇌부 판단은 청와대의 '정무판단'과 맥을 같이한다는게 중론이다. 심지어 '지휘통제권이 여의도 밖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좌파 10년의 그림자'로 인해 새 정부 출범 1년을 허비했다는 '자성'을 토대로 '내년도에는 전광석화처럼 경제살리기에 주력하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곳이 청와대다.
그러자면 올해 안에 경제살리기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률안 정비'를 마쳐야한다.
민주당이 각 상임위와 의장실을 점거해 지금 당장은 국회가 마비돼있는 듯하지만 작전개시 신호가 떨어지면 그야말로 속도전을 펴야할 판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적어도 `성탄절 휴전 시한'이 끝난 직후인 26일을 법안 처리 D-데이로 삼지는 않을 듯 하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12년 전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의 1996년 노동법 날치기 날짜와도 동일하다.
한나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잡아놓았다. 마지막 전열 정비가 목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연내 처리해야 할 법안에 대한 최종 조율을 주말까지 마무리짓고, 홍 원내대표는 일요일인 28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나라당의 의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날인 29일부터 '전쟁은 시작될 것' 같다.
이른바 `속도전'이 성공하면 그날 작전이 마무리될 것이지만, 야당의 저항이 의외로 완강할 경우 하루 정도 늦춘 30일이 될 가능성이 높고, 최악의 경우에는 올해의 마지막날인 31일 심야까지도 백병전이 벌어질 수 있다.
◇`선별 직권상정 처리' 가능성 = 그렇다면 법안 처리는 몇 개나 묶어서 처리할 것인가.
한나라당 전체 기류를 감안하면 일단 "경제살리기 법안, 헌법 불합치.위헌 해소 법안, 사회개혁 법안중 여론 지지도가 높은 법안"(홍 원내대표)이 선별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직권상정이다. 상임위와 법사위, 본회의를 거쳐야하는 정상적인 법처리 절차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선별 직권처리' 시나리오는 김형오 국회의장의 입장이나 한나라당 내부의 `온건론', `거대공룡여당'의 힘을 일방적으로 과시했을 경우 불어닥칠 역풍 등을 감안 할 때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하지만 '눈치보다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며 대부분의 쟁점법안을 이번 기회에 한꺼번에 처리하자는 강경 목소리가 여권내에 존재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도 "진보진영의 대립은 각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사이버 모욕죄 도입 및 집회중 복면 착용을 금지토록 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 개정안의 처리 필요성도 강조했다.
연말 여의도의 전투가 어떻게 종료되더라도 그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야당은 엄동설한에 장외투쟁에 나설 수 있고, 법안의 무더기 강행처리에 항의하는 `거리의 행렬'이 재연될 수 있다.
하지만 여권이 돌파를 선택했다면 이는 피해갈 수 없는 충돌이다. 그래서 더욱 26일 이후의 여의도가 주목되고 있고, 일촉즉발의 불안한 긴장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