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3일 대선캠프 직능정책본부에서 활동했던 인사들과 만찬간담회에서 `국가정체성 확립'을 역설한 것은 과거 정부에서 이른바 일부 `좌파세력'이 사회저변에 뿌리박음으로 인해 심각한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주의를 토대로 하는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이 일부 과격 진보세력에 의해 훼손되면서 국가이념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미국산 쇠고기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일부 정책에 비판하는 시위는 정책을 돌아보고 보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나 국가정체성에 도전하는 시위나 불법 폭력시위는 엄격히 대처해야 한다"고 일갈했었다.
또 지난해 대선 당시에는 "정권교체를 통해 오늘날 흔들리고 있는 국가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정부가 들어서야 한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를 겨냥한 바 있다.
이는 모두 지난 10년 `진보정권'이 들어서면서 일부 급진 좌파세력이 사회 각계에 침투, 국가의 정통성이 무시되는 사태가 벌어짐으로써 국가권위마저 급격히 흔들렸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같은 언급에 대해 일각에서는 최근 확산되고 있는 정부부처 고위 간부들에 대한 `물갈이설'이나 임시국회에 계류중인 사회질서 확립 법안 등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실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대해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일이 실제로 자주 벌어져 왔으며, 이를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특히 국가정체성 훼손의 사례로 "대한민국 건국 이후의 역사를 마치 부끄러운 역사인 것처럼 폄하하고 반미, 친북, 반시장의 편향된 사관을 아이들에 가르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면서 "역사교과서 등 좌편향의 제자리찾기, 법치가 존중되는 사회 만들기 등이 국가정체성 확립"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경찰에 대한 폭행과 테러가 실제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권침해라는 편향된 시각으로만 보는 것도 한 예"라면서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런 특정 사례를 염두에 두고 발언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은 집권 2년차를 앞두고 원활한 국정운영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좌파의 `색깔'부터 빼는 게 급선무라는 여권의 지적과도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 안팎에서 사사건건 반대세력을 형성해 국정의 덜미를 잡는 세력을 일소하지 않고서는 당장 내년부터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이같은 발언의 배경이 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가정체성' 발언이 과거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나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등 보수진영 인사들이 '세(勢) 결집'의 일환으로 활용해왔던 것으로, 또다른 `이념논쟁'을 촉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