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위기 증폭시키는 부처 이기주의

2009-01-0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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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 금융시장은 혹독한 시련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관련 부처간 갈등과 반목으로 효율적인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금융정책의 삼각축을 이루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는 한 쪽의 힘이 커지면 다른 쪽 권한이 축소되는 풍선 효과를 의식해 극도의 부처 이기주의를 보이고 있다.

한 사례로 재정부는 지난 11월 말 은행권의 자본확충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별 대출 현황에 대한 자료를 금융위에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이 때문에 관련 대책을 마련하는데 필요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금융위 측도 재정부가 자료 요청은 쉽게 하면서 내부 자료를 넘기는 데는 인색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한은과 금융위의 갈등도 심상치 않다. 최근 금융 감독당국이 저축은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사업장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한 것과 관련해 한은은 언론에 보도자료가 배포된 후에야 조사 결과를 받았다.

한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은이 최근 위기 상황에서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을 많이 받는데 대해 실제 시중에 지원되는 자금은 대부분 한은을 통해서 나간 것이며 금융위가 말만 내세우고 한은의 권한까지 침범하면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금융 감독당국도 한은이 금융기관의 외화 관련 통계를 내놓지 않아 감독 업무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많다고 불만이다.

위기에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주체들이 소통 부재에 시달리다 보니 시장의 불신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재정부와 한은, 금융위 등 3개로 분산돼 있는 권한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재정부는 정부 재정 정책만 맡고 외환 정책을 비롯한 금융 정책은 금융위가 총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컨트롤 타워 부재를 문제 삼으며 과거 경제부총리 제도를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획기적인 개선 방안이 나오더라도 부처 이기주의를 버리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가 아닌 '우리'라는 인식을 갖고 서로 간의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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