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와 은행이 직접 나설때다

2009-06-09 21:06
  • 글자크기 설정

정부가 은행에 20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면서 정작 자구책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어 모럴해저드를 조장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18일 정부가 내놓은 '내년 업무추진 계획'은 금융불안이 실물 부문으로 확산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은행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데 포커스가 맞춰졌다.

그러나 은행에 지원하는 자금 규모에 상응하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자금만 축내게 되는 꼴이 될 수 있다.

게다가 국민의 돈을 가져다 쓰는 만큼 수혜은행들에 어느 정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지만 이에 대한 자구노력 언급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은행들의 현 위기가 은행 스스로 자초한 부분이 없지 않아 가뜩이나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마당에 강도높은 자구책은 커녕 은행들에 대해 경영권 침해를 최소화 하겠다는 대목은 아이러니하다.

무려 20조원에 달하는 혈세를 쏟아 부으면서도 아무런 권리 행사도 하지 않겠다는 정부나 연봉 삭감과 지점 통폐합만으로 뼈를 깎는 경영합리화 중이라는 은행이나 비난의 눈초리를 면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은행들은 과거 외환위기 당시에도 공적자금을 통해 기사회생했지만 보답은 커녕 내 배 채우기에만 급급했다. 국민을 위한 금융 지원이나 내실경영을 통한 은행들의 체질 개선은 뒤로하고 수억원 대의 연봉을 챙기고 몸집 불리는 데만 혈안이 됐다.

또다시 이같이 상황이 불거진 것에 대해 국민들이 분개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은행이 경영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여론의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은행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이제는 보여줘야 한다. 

전례없는 금융위기로 사회 전반이 휘청이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나락으로 추락하는 것을 피하려면 정부가 굳게 다문 입을 열어야 할 때다. 다만 일관된 원칙과 도덕성은 갖춘 채 말이다.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