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경기침체 상황을 연착륙시켜 재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또는 그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대책 없는 ‘입방정’을 우선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9월 경제위기설이 불거졌을 당시 청와대를 비롯 경제부처 장관들은 입을 모아 “경제위기설은 낭설”이라면서 부화뇌동하지 말 것을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외환보유고가 충분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정정길 청와대 대통령실장은 지난 1일 “내년 2월이 되면 대졸 실업자들이 쏟아지고 3~4월이 되면 많은 중소기업들이 부도가 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구체적 시기를 적시한 정부고위관계자의 언급은 단순한 ‘설’이 갖는 파괴력을 넘어선다.
이명박 대통령도 정 실장 발언직후인 2일 “내년 상반기가 가장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특별한 비상대책이 요구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불과 두 달여 전의 ‘낭설’이 내년 상반기로 옮겨지더니 급기야 ‘3월 위기설’로 고착화 되고 있는 모습이다.
“멀지 않은 미래 뭔가 터질 테니 준비를 단단해 해둬야 한다”는 것이 이들 발언의 핵심인 셈인데, 정부와 기업을 제외한 가계가 이 충고를 받아들인다면 소비를 최대한 억제하고 지갑을 닫아버리는 방법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는 기업과 가계, 기업과 기업 사이에 화폐가 환류하고, 소득의 흐름을 통해 생산과 소비가 되풀이되는 자본주의 경제순환의 매커니즘이 일거에 주저앉는 단초가 됨은 두말 할 것도 없다.
문제는 국가경제 드라이브의 중책을 맡은 ‘컨트롤 타워’에서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현 시점에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인 충격최소화를 등진 모습으로 말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정부는 지금이라도 공포언행을 줄이는 대신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는 정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경제위기를 논하고 싶어 한다면 그 시점을 내년 3월 이후로 ‘엠바고’(일정시점까지 보도 자제를 요청하거나 보도를 자제하는 일)를 걸어놓는 것이 어떨까.
김재훈 기자 jhkim@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