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172석 거대여당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야당에 휘둘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 온 한나라당이 강경일변도로 변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야강경책이 경제위기로 조성된 부정적 여론을 무마하고 당 지도부 리더십도 제고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25일 남은 임시국회에서 예산안에 이어 주요 경제법안도 강행처리 할 분위기다.
◆명분얻은 與, “경제위기 심각한데…”
한나라당은 예산안 강행처리를 통해 ‘극심한 경제위기에도 불구, 시간과 혈세만 축내는 국회’라는 이미지에 반전을 가져왔다고 자평한다. 또 이 분위기를 타서 남은 임시국회에서 금융지주회사법, 공정거래법 등 ‘MB노믹스’ 법안 처리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중진의원은 15일 “예산안의 경우 강행처리 된 면은 있다. 그러나 경제성장률 2%가 예상되는 상황에 (야당이) 고성과 막말로 나올 때냐”며 “법정처리시한을 넘겨 아쉽지만 해가 넘어가기 직전 처리되곤 한 지난 사례에 비춰볼 때 국민들도 이번 결정에 수긍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임시국회로 공이 넘어간 ‘MB법안’에 대해서도 “망설여야 할 이유가 없다”며 경우에 따라 강행처리가 또 다시 재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일부 전문가도 “대야협상과 충분한 여론수렴이 아쉽지만 예산안의 경우 내년 3월 추경예산안도 있는 만큼 지금은 172석 프리미엄을 활용할 필요는 있다”며 한나라당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한때 당 내부에서 사직설이 나돌 만큼 애매모호한 태도로 지도력에 의문이 제기됐던 홍준표 원내대표나 박희태 대표 또한 예산정국을 기점으로 계속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으로선 예산안 강행처리를 통해 ‘MB법안’ 강경드라이브에도 순풍에 돛을 단 효과를 얻은 셈이다.
◆분열에 휩싸인 야당
제1야당인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강경드라이브에 예산안은 몰라도 경제법안 만큼은 실력저지를 해서라도 당론을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예산정국부터 가시화된 내부갈등과 같은 야권인 자유선진당과의 반목은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의 강경드라이브에 명분만 챙겨준 셈이라는 평이 대부분이다.
당내 비주류연합체 민주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지도부가 강온전략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 채 일관성을 잃었고 대국민 홍보전에서도 실패했다”며 “서민ㆍ중산층 정당이라는 이미지도 부각시키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결과적으로 지지도 또한 챙기지 못하고 지금 상태라면 남은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이 강경드라이브를 펼쳐도 마땅한 명분이 없다는 게 민주연대의 공통된 의견이다.
더욱이 자유선진당은 ‘한나라당 2중대’ 발언과 관련, 전날 “막말을 퍼부어 놓고 사과도 없는 당과 더 이상 공조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처럼 제1야당이 겪고 있는 일련의 혼란은 한나라당에 반사이익을 가져다주고 있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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