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72석 공룡정당 무색...계파 싸움으로 날 새
민, 당 지도부 리더십 부재...제1야당 존재감 상실
새해 예산안 강행처리에 이어 12월 임시국회에서 쟁점법안 처리 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여야는 모두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한나라당은 대야협상력 부재로 인해 처리시한을 넘기면서도 새해예산안을 민주당 등과 합의 처리하는데 실패하는 등 집권여당으로의 면모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휩싸여 있다.
◆한, 친이·친박 집안싸움…정국 주도권 상실
오는 19일 대선 승리 1주년이라는 ‘잔칫날’을 앞둔 한나라당이지만 당내 분위기는 그다지 밝지 않다. 경제회생을 약속하며 집권했지만 지난 1년간 경제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처했고, 계파갈등은 치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등 안팎의 악재가 당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해 예산안 처리과정에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도 집권 여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172석이라는 공룡정당이지만 새해 예산안을 강행 처리함에 따라, 전방위 책임론이 당내에 본격적으로 불어 닥칠 분위기다.
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 등이 ‘떼쓰기’를 했더라도, 예산안을 본회의가 파행된 가운데 처리한 것은 집권여당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며 “대야 협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대선 승리 직후 끊이지 않았던 친이·친박간 당내 갈등도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사실 올해는 계파 갈등을 해소해 MB개혁 추동을 위해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다”며 “정권 탈환 1주년이 다가오지만 축제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민, 지도력 부재…대야 투쟁력 한계 드러내
대선 패배 1년을 맞은 민주당의 분위기는 더욱 암울하다. 건제한 대안야당을 선포했지만 당 대표의 리더십과 전략 부재로 좌초위기를 맞은 것이다.
지난 7월 출범한 정세균 체제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회복 등을 통한 전통적 지지층 복원과 싸울 것을 싸우되,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새로운 야당 모델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환율정책 실패 논란을 빚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해임투쟁이 힘없지 좌초되고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저지하는데 실패했으며, 예산안 투쟁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등 대여 투쟁력에 한계를 전방위로 드러냈다.
또 정치자금 불법수수 혐의를 받은 김민석 최고위원에 대한 영장집행 거부로 ‘구태정치’ 논란을 낳으면서 지지율이 15%를 넘지 못하는 상황을 맞았다.
이 같은 지지율 정체현상은 정세균 체제에 대한 회의감을 불러왔고, 결국 김근태 전 의원, 천정배 의원 등 당내 비주류세력들이 ‘민주연대’를 만들어 본격적인 노선 투쟁을 예고하는 등 당내 혼란 조짐마저 낳고 있다.
민주당 핵심당직자는 “지난 정기국회에서 제1야당의 존재는 없었다”며 “당내 쇄신과 혁신만이 우리당이 살길”이라고 지적했다.
/ 안광석 기자 nov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