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황제)건전성 악화·도덕성 추락…위기의 하나금융

2008-12-1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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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가 지난 2005년 금융지주사로 전환한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룹 내 수익 다변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이 금융위기 여파로 중소기업 대출과 키코(KIKO) 등 통화옵션 상품 부문에서 엄청난 손실을 입고 휘청대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은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은평뉴타운 내 자립형 사립고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룹 수뇌부가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에게 불법 선거자금을 건넸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도덕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 위기관리능력 시험대 올라 = 하나은행은 올 3분기 71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태산LCD와 맺은 키코 계약이 환율 폭등으로 큰 폭의 손실을 기록한 탓이다. 하나은행은 3분기에만 2507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았다.

하나은행 측은 태산LCD 손실이 일회성 요인일 뿐 은행 전체 건전성 및 수익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의 징후들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의 건전성 악화가 두드러진다.

중기대출 잔액 38조2945억원 중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4.76%로 은행권 최고 수준이다.

3분기 중기대출 연체율은 1분기(1.17%)보다 0.43%포인트 급등한 1.60%를 기록했다.

연체율이 올라가면 대손충당금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하나은행은 지난 1년간 대손충당금을 무려 7062억원이나 쌓았다.

총 자산 대비 대손충당금 비중을 나타내는 대손비용률은 3배 가량 높아졌다.

대손비용률이 가파르게 오르는 것은 자산 확대 과정에서 비우량자산을 많이 끌어들였거나 자산관리 역량이 부족해 손실이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대손비용이 경기지표에 후행하기 때문에 최근 경기침체 국면을 감안하면 내년 대손비용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하나금융의 경우 비은행 부문의 수익 구조가 열악해 하나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며 "이런 상황에서 하나은행의 건전성이 악화되면 그룹 전체의 수익성을 끌어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하나은행의 각종 수익성 지표는 4대 은행 중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3분기 하나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2.10%로 국민은행(2.98%), 우리은행(2.21%), 신한은행(2.12%)에 미치지 못했으며 총자산이익률(ROA)도 0.45%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 그룹 내 모럴헤저드 위험수위 = 하나금융은 서울 은평뉴타운에 자립형 사립고 '하나고등학교'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인가권을 쥐고 있는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에게 500만원 가량의 선거자금을 제공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김 회장과 김 행장을 소환해 공 교육감에게 건넨 돈이 청탁성 뇌물인지 여부를 집중 추궁한 바 있다.

불법 선거자금 제공 의혹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하나금융 임직원 자녀를 하나고 특별전형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비판 여론 증폭되고 있다.

하나금융은 하나고 학생 선발시 정원의 20%를 임직원 자녀로 채울 수 있도록 서울시 교육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교조 등 교육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임직원 자녀를 따로 배정하는 것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일"이라며 "공정택 교육감에게 선거자금을 제공한 하나금융에 특혜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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