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의 금리인하..내친김에 2.5%까지?

2008-12-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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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이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기준금리를 현행 4.00%에서 3.00%로 파격적인 인하를 단행한 것은 경기 하강이 예상보다 빠른 데다 자금경색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앞으로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판단되는 2.5%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끌어내릴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내년 상반기에 최악의 상황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공격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이런 조치가 어느정도 효과를 가져올지는 분명하지 않다. 경기하강과 자금경색은 해외 신용위험, 경기침체 등에 따른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 충격적인 금리인하
한은이 기준금리를 1.00% 포인트나 내린 것은 충격적이다. 한은은 경기상황을 살피면서 0.25%포인트씩 서서히 낮추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장에서는 한은이 0.50%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고 파격적인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0.75% 포인트를 넘어서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했었다.

   경제전문가들도 처음에는 0.25% 가능성을 예상했다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0.50% 정도로 기울었을 정도다.

   그러나 한은 금통위는 시장과 경제전문가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한은이 지금까지 한번도 내려보지 않았던 1.0%포인트 카드를 꺼내들었다.

   기준금리 3.00%도 한은 기준금리 역사에서는 없었던 수준이다. 한은은 1999년에 통화정책 수단을 통화량에서 기준금리로 바뀐 이후에 3.25% 아래로 기준금리를 낮춘적이 없다. 역대 최저치는 2004년 11월의 3.25%였다.

  
◇ 왜 파격적인 선택을 했나
한은의 이번 결정은 내년 경기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내년 1분기 성장률이 전분기에 비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경기의 침체로 수출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8.3% 줄어들면서 2001년 12월 이후 7년 만에 최대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수출 감소세는 내년 상반기에도 지속된다는 것이 연구기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게다가 11월 취업자는 2천381만6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7만8천명(0.3%)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 증가폭은 지난 2003년 12월(4만4천명) 이후 가장 작다. 취업자는 내년 1분기에 감소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소비에 큰 타격을 준다.

   이런 상황에서 0.50%포인트의 기준금리 인하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시장에 형성돼 있다. 한은은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점에서 1.00%포인트를 선택했다. 또 그동안 금리를 계속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시중금리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점도 파격적인 금리인하의 배경에 속한다.

  
◇ 한은, 시장에 굴복했나
그러나 한은이 정부와 시장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은은 그동안 금리를 가파르게 내릴 경우에 거품 형성 등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런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또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에 사용할 카드를 남겨둬야 한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금리인하는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한은은 돌연 입장을 바꿨다. 이는 위기대응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늘어나자 이를 일거에 해소하기 위해 충격적인 카드를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은은 그동안 위기에 늑장대응하거나 소극적 대응을 한다는 비난이 정부와 시장에서 많이 나오자 적지않은 고민에 휩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서는 한은을 흔들기 위한 `작전'이 진행되고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이제 금리인하 카드는 없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가능성이 높다.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맞아 기준금리를 바닥권으로 끌어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은이 추가로 내릴 여지는 크지 않다. 한은은 기준금리의 바닥권을 2.5%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이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채권 발행이 안되고 원화가치가 하락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기침체가 지속되더라도 더이상 사용할 카드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기준금리를 내린다고 해서 경기가 큰 자극을 받거나 시중금리가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경기침체와 시중금리 고공행진 문제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신용위험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경험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라면서 "경제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다양한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상당히 공격적인 결정"
전문가들은 금융시장 불안과 실물경기 악화에 한은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신호를 밝힌 결정으로 평가했다. 금융위기에 대한 한은의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대외 비판도 감안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전종우 SC제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여건에서 0.5%포인트 정도를 적정한 인하폭으로 봤는데 예상외로 공격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신동준 현대증권 채권분석팀장은 "향후 추가인하 여력이 줄어든다는 부담에도 1.00%포인트를 내린 것은 한은이 소극적이라는 대외 비판에 대해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일각에서는 내년도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기하강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과감하게 1.00%포인트 인하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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