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의 여수신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됐다.
은행들이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고객들의 정기예금 가입 추세가 부진해진데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위험자산인 대출을 자제했기 때문이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수신은 9조원 증가해 지난 10월의 21조6000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다.
특히, 정기예금 증가액은 19조원에서 1조9000억원으로 급감해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가 발생한 지난 9월(2조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다만 수시입출식 예금은 전달 2조8000억원에서 7조3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자산운용사의 머니마켓펀드(MMF)는 은행 등 금융기관의 단기 여유자금 유입이 늘어나면서 전달 12조3000억원에서 5조7000억원으로 증가세를 유지했다.
주식형펀드도 주가 급락세가 진정되면서 환매 규모가 줄어들어 전달 3조4000억원 감소에서 1000억원 증가로 돌아섰다.
김현기 한은 통화금융팀 차장은 "지난 10월 연 7%대 고금리 정기예금을 출시하며 한달 새 22조원 가량을 끌어모았던 은행들이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정기예금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 10월27일과 11월7일에 기준금리를 각각 0.75%포인트와 0.25%포인트 인하하자 지난달 은행들도 잇따라 금리를 인하했었다.
은행들이 BIS비율 제고를 위해 기업대출을 자제하면서 기업대출 증가세도 크게 둔화됐다.
지난달 예금은행의 기업대출은 3조5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쳐 전달 증가액 7조3000억원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이같은 증가액은 지난해 12월(-4조 2000억원) 이후 월중 증가폭으로 최저치다.
특히 대기업 대출 증가액은 전달 4조8000억원에서 11월 9000억원을 기록, 한달 새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중소기업 대출은 2조6000억원으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은행의 중기대출 증가액은 지난 4월 7조4000억원에서 5월 5조8000억원으로 줄어든 뒤 6월과 7월에도 5조∼6조원 수준을 유지했다. 이후 8월에 1조8000억원으로 급감한 뒤 9월에도 1조 9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김 차장은 "신성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C&중공업과 C&우방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각각 신청하는 등 대기업의 신용위험이 높아지자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 등의 영향으로 10월 1조원에서 11월 1조8000억원으로 확대됐고, 전체 가계대출도 1조4000억원에서 1조8000억원으로 커졌다.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