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의 위기 막으려다 더 큰 위험 부를 것"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정부의 움직임에 시중 은행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과도한 경영 간섭과 대외신인도 하락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0%이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후순위채권 발행과 증자 등을 통한 BIS비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정부로부터 나오는 공적자금을 원하는 은행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은행들의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면 과도한 경영 간섭, 대외 신인도 하락이 불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은행에 공적자금이 투입돼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면 오히려 자금경색을 가중시킬 수 있다.
금융지주사 고위관계자는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모기지론은 아직까지 상당히 우량한데도 불구하고 해외 신용평가사들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의 자금이 직접 은행으로 들어오면 더욱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공적자금을 준다면 그냥 주지는 않을 것 아니겠냐"면서 "지급보증에 따른 양해각서(MOU)와 같은 경영간섭이 있을 수 있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정부가 우선주 매입을 통한 증자와 후순위채권 매입을 통해 공적자금을 투입 방법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시중은행 자금담당 관계자는 "후순위채권 몇 천억원어치를 사주는 것은 단기적인 방안으로, 근본적인 시장 유동성 개선방안에 대해 모색해야 할 정부가 할 일은 아닌 것 같다"며 "우선주 매입의 경우에도 의결권은 없지만 정부 지분이 있다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면 받아들일 은행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은행의 BIS비율을 높여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겠다는 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다.
한 은행권 여신담당자는 "시중에 요구불예금이나 MMDA등 언제든지 이탈이 가능한 단기부동화 자금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이러한 단기 자금이 중장기 정기예금으로 유입돼야 중기 대출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시중금리 상승을 의식해 고금리 정기예금 판매를 자제시켰지만 오히려 대출 확대에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경기 하강기에는 은행들의 BIS비율을 10%안팎의 적정선에서 인정해주는 것이 현실성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 자본적정성 1등급 지도기준은 BIS 자기자본비율 10% 이상으로, 국내 은행들의 BIS 비율은 지난해말 12.31%를 기록했지만 지난 3분기말 10.79%로 급락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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