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4-16일(현지시간) 워싱턴 G20 금융정상회의에 이어 17일부터 시작된 6박7일간의 남미 순방기간에도 경제와 외교 등 여러 방면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이 대통령은 페루 리마에서 열린 제16차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공조 및 보호무역주의 반대 입장을 분명히 천명함으로써 참가국들의 호응을 얻었다.
특히 금융위기 해법 논의 과정에서 보호무역주의 회귀 움직임에 대한 경계 목소리를 가장 앞장서서 내고, 이에 대한 각국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 냄으로써 한국의 국가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효과도 누렸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APEC 정상회의에 앞서 가진 브라질과 페루 등 남미 자원부국들과의 첫 정상회담에서는 노골적인 `한국 세일즈'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남미시장 진출을 위한 든든한 교두보를 확실하게 다졌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CEO(최고경영자) 서밋, 기업인 자문위원회(ABAC), 1차 2차 본회의에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공조와 보호무역주의 경계에 관한 내용을 담은 워싱턴 G20 금융정상회의 결과를 소개하면서 국제사회의 철저한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려면 긴밀한 국제적 공조를 통해 고강도의 재정.금융정책을 펴야 하고, 각 국이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메시지다.
이 대통령은 현 상황을 `전대미문의 위기'로 규정하면서 그에 걸맞은 전대미문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대미문의 대책이란 각국의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를 통한 내수경기 활성화, 중소기업 각별 배려, 충분한 외화유동성 공급, 보호무역주의 지양, 지역간 협조와 국제공조 등을 총망라한다.
보호무역주의 지양과 관련해선 G20 회의에서 제안했던 것과 똑같이 "무역과 투자와 관련된 새로운 장벽을 만들지 않는 `동결 선언'(Stand-Still)에 동참하자"고 거듭 제안했다.
보호무역주의는 또 다른 보호무역주의를 야기해 결국 세계 경제를 더욱 침체시키고, 그로 인한 피해는 신흥경제국이 떠 안게 될 공산이 큰 만큼 절대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해서는 안된다는 게 이 대통령의 확고한 소신이다.
대외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나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다른 여러 국가들로부터도 호응을 얻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실제 이 대통령이 주창한 보호무역주의 회귀 불가 관련 내용은 G20 정상회의와 APEC 정상선언문에도 그 취지가 충분히 반영됐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우리 나라의 위상을 제고하는 효과도 봤다. 이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업무오찬에서 기조연설을 한 것이나 APEC 정상회의에서 21개 참가국 가운데 3번째 순서로 연설을 한 것 등도 한국의 달라진 위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APEC 참가국 정상들과 외교.안보 행보도 이어갔다. 한미일 3국 정상회의와 함께 미국, 콜롬비아, 싱가포르, 칠레 정상과 연쇄 회동을 갖고 양국간 현안을 논의하고 북핵문제와 금융위기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해 공조의지를 거듭 다진 것.
한미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핵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하고 교착국면에 빠진 북핵 6자회담을 내달 초 개최키로 한다는 굵직한 합의도 이끌어 냈다.
APEC 정상회의에 앞서 가진 페루, 브라질과의 정상회담은 `자원외교' 측면에서 성과가 있었다.
두 나라 정상과의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원전과 고속철도 건설, 자원개발 등 각 국이 추진중인 대형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들을 참여시켜 줄 것을 공식 요청, 일부 사업에 대해서는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얻었다.
이 가운데 FTA의 경우 페루와는 내년중 협상 개시를 위해 노력키로 했고, 브라질과는 한-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무역협정 공동연구의 후속조치에 대해 검토키로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워싱턴 방문기간 G20 금융정상회의에 신흥국 대표로 참석해 선진국 주요 정상들과 금융위기 극복 해법 마련에 머리를 맞댔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측과의 첫 접촉에서는 금융위기와 한미FTA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하며 `주파수'를 조율했다.
청와대 한 참모는 "이 대통령이 3, 4번째 다자외교 무대인 G20 회의와 APEC 정상회의에서 참가국 정상들에게 신흥국 대표로서의 확고한 이미지를 심어줬다"면서 "여러 모로 소득이 많은 무대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