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그룹들은 기존방침 유지키로 한 반면 공기업과 중소기업은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감원을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그룹들은 경기불황에도 채용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지난 9월 연간 채용규모를 8만5540명으로 확대키로 한 방침을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이는 중장기적인 성장방안 확보차원에서 적정 규모의 신규 인력 유입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신 원가절감 노력이나 경영혁신 등을 통해 경기불황을 극복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비해 방만한 경영으로 정부가 구조조정의 칼을 빼든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주요 30개 공공기관들의 올해 신규인력 채용이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도 내년 연봉을 동결하거나 삭감할 계획이 있는 기업이 60%에 달하고 이미 10개 중 3개는 이미 채용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주요그룹, 계획대로 추진=채용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그룹은 올해 대졸 신입사원 7500명을 포함해 모두 2만500명을 채용한다는 당초 계획대로 채용을 대부분 완료했다.
삼성 관계자는 "경제가 다소 어렵더라도 채용계획은 흔들림 없이 유지한다는 방침이고, 그에 따라 계획된 채용이 사실상 마무리됐다"며 "삼성이 우리 경제에서 갖고 있는 상징성도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 신입사원 채용 등 고용 측면에서 급격한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는 대신 원가와 기술 경쟁력 강화, 공급망관리(SCM) 고도화 등을 통해 불황을 극복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올해 초 채용 목표치보다 오히려 200명 늘어난 4500여명을 신규 채용을 진행중이다.
친환경 및 전자 부문 등 미래형 자동차 기술 개발을 강화하고자 연구개발본부 내 관련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전문 인력도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그룹도 연초 채용계획보다 50% 늘어난 3000여명(신입사원 1200여명, 경력사원 1800여명)의 인력을 뽑기로 한 채용계획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SK는 3분기 현재 전체 채용의 76%가량인 2300여명을 뽑았다.
LG그룹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도 올해 하반기 신규인력 채용인원을 2900명으로 확대했다. 상반기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좋았고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 신규 인력 추가 수요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태양광사업 등 LG그룹의 미래성장사업에 대한 투자가 가시화하면서 연구개발(R&D) 인력을 중심으로 채용이 확대됐다.
◆공기업, 신규채용 전년대비 30% 수준=민간기업과는 달리 공기업은 채용확대는커녕 감원한파에 내몰리고 있다. 방만한 경영으로 얼룩진 공공기관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채용동결이나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주요 30개 공공기관들의 올해 신규인력 채용이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특히 이들 공기업 3분의 2인 19곳에서 올해 신규채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다.
한국전력과 토지공사, 주택공사 등 주요 공기업, 준정부기관의 올해 신규 채용 인원과 채용 계획인원은 946명으로 지난해 2839명에 비해 66.7%나 줄었다.
작년에 400명을 뽑은 한국수력원자력과 195명을 뽑은 주택공사, 146명을 선발한 도로공사, 135명을 선발한 농촌공사, 130명을 뽑은 토지공사 등은 올해 한 명도 채용을 하지 않는다. 수자원공사, 한국공항공사, 인천공항공사 등도 올해 채용계획이 없다.
대한주택보증, 마사회, 한국감정원, 예금보험공사 역시 작년에 일부 인원을 새로 뽑았지만 올해는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매년 상·하반기로 나눠 채용하는 한국전력은 작년에 470명, 올해 상반기 200명을 각각 뽑았지만 하반기에는 계획이 없다.
석유공사도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 부문의 덩치를 크게 키워야 하지만 올해 채용인원은 21명으로 작년 88명의 4분의 1 수준 밖에 안 된다.
◆중소기업, 30% 채용규모 축소=중소기업 10곳 중 3곳이 이미 채용규모를 줄였다.
또한 10곳 중 6곳은 내년 연봉을 동결하거나 삭감할 계획이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최근 근로자 수 300인 미만인 중소기업 254개 사를 대상으로 '국내외 경제상황이 귀사의 채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설문을 한 결과 31.1%는 채용을 보류(12.2%)하거나 축소(11.4%) 또는 취소(7.5%)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내년 연봉을 인상할 계획입니까?”라는 설문을 진행한 결과, 57.6%가 ‘동결 또는 삭감할 것이다’라고 응답했다.
연봉을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이유는 ‘경기가 좋지 않아서’(45.8%, 복수응답)를 첫 번째로 꼽았다. 이어 ‘회사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서’(41.7%), ‘올해 회사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서’(38.9%), ‘내년 경기 전망이 좋지 않아서’(16.7%), ‘구조조정 중이라서’(6.6%) 등의 의견이 있었다.
조윤성 기자 co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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