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를 국빈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의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friendly.기업친화적)' 행보가 눈길을 모은다.
전세기 탑승이나 공항 의전 때 기업인을 우선 배려하는 것은 물론 정상회담에서도 정치적 사안에 대한 논의를 자제하고 경제 문제에 `올인'하고 있는 것.
특히 21일(한국시간 22일) 열린 알란 가르시아 대통령과의 한-칠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페루와 관련된 한국 기업들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페루 정부의 지원을 직접 당부하는 바람에 마치 `비즈니스 상담'과 같았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동관 대변인은 "한-페루 정상회담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정상회담의 패러다임을 바꾼 회담"이라면서 "두 정상이 처음부터 끝까지 정치적 얘기 없이 경제 분야의 실무적 어젠다를 갖고 논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흡사 경협사절단 총단장과 같은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SK, 삼성전자, LG전자, 두산중공업, 석유공사 등 한국 기업들을 하나하나 거론하면서 가르시아 대통령과 페루 정부의 각별한 지원을 요청했다.
SK와 관련해선 "석유화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험과 기술을 갖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까미시아 광구 인근의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을 당부했고, 삼성전자에 대해선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와이브로 기술을 갖고 있는데 페루처럼 넓고 산맥이 있는 나라는 광케이블을 까는 것보다는 와이브로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와이브로 기술 세일즈를 했다.
이 대통령은 가르시아 대통령이 와이브로 기술과 관련, "우리 정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디지털 TV처럼 정부 결정이 필요한 것이냐"고 묻자 "정부 결정이 필요한 것"이라면서 "페루처럼 산이 많은 나라는 와이브로가 꼭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이 대통령은 "두산중공업이 담수에 관한 한 세계 1위의 기술을 갖고 있다"면서 남미 최초의 발전 담수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석유공사가 정부투자기관이지만 페루 석유가스 개발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한국 자동차도 (페루에 많이 들어오게) 도와달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SK의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참여와 관련, 한병길 주 페루 대사에게 "자세한 내용을 정리해 가르시아 대통령에게 보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기업인들에 대한 각별한 배려는 전세기 탑승 과정 등에서도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한국시간 21일) 브라질리아에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리는 페루 리마로 출발하는 과정에서 동행했던 기업인들이 다시 상파울루로 돌아간 뒤 리마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 사정을 전해 듣고 곧바로 "기업인들을 전세기에 태우라"고 지시했다. 민항기는 리마행 직항편이 없어 기업인들은 상파울루를 거쳐 리마로 가야했던 것이다.
이 대통령의 배려 덕분에 이기태 삼성전자 부회장과 강덕수 STX 회장,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이용구 대림산업 회장 등 기업인 4명과 수행비서 4명은 대통령 전세기에 함께 타고 리마에 도착했다.
이 과정에서 전세기 1등 석에 앉아 리마까지 갈 예정이었던 고위 수행원 4명은 기업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비즈니스석으로 옮겨 앉았고, 비즈니스석에 앉으려던 일부 수행원들은 이코노미석으로 밀렸다.
리마에 도착해서도 `기업인 우대'는 계속됐다. 공항에서 30분가량 걸리는 호텔까지 청와대 참모들은 승용차 편으로 이동할 예정이었으나 이 대통령이 "승용차를 기업인들에게 내주라"고 지시해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이동관 대변인 등이 실무진용 밴을 타고 호텔까지 간 것.
이 대변인은 "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비즈니스 프렌들리 한 정상외교라고 할 수 있다"면서 "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 기업으로부터 부정한 자금을 한 푼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당당하게 이런 행보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