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새 정부 출범 이후 특수수사의 초점을 공기업 비리 의혹에 맞춰 반 년간 수사력을 집중한 결과 33개 공기업 비리와 관련해 250명을 기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수사는 연간 수천억∼수조원의 예산을 주무르면서도 `감시의 무풍지대'에 있었던 공기업에 대해 CEO(최고경영자)부터 지방 말단조직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유형의 비리를 적발해냈다는데 의미가 크다.
아울러 수사를 통해 공기업 자체 내부감사가 느슨하거나 온정적인 면이 있다는 점이 발견됐다.
예컨대 근로복지공단 5급 공무원이 3년간 14억원을 빼돌려 한 번에 1천만원어치 로또복권을 구입하는 등 전액을 탕진한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나 자체 감사로 전혀 걸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내부 감시망의 필요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한편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산업기술개발 지원 및 고용촉진장려금 집행 개선 방안을 마련해 관계부처에 제안함으로써 검찰이 범법자 처벌은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도 줬다.
그러나 "범죄 단서가 있는데 수사를 안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수사가 지나치게 본류에서 벗어나 `곁가지 수사'로 흐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별 수사에 착수할 때마다 공기업 임직원의 `개인 비리'를 추적하다 `구조적ㆍ조직적 비리'나 `옛 여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로 번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고 실제 일부 맞아떨어진 때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대검 중수부의 석유공사 수사는 초기 황두열 전 사장을 출국금지하면서 관심이 쏠렸으나 소환조사 없이 종결되기도 했고 정대철 민주당 고문도 `출금해제 로비'와 함께 최규선씨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일었으나 내사종결됐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과거보다 상납고리가 약화됐거나, 아니면 사람을 다그쳐 성과를 내던 수사 방식이 계좌추적이나 회계분석 등을 통한 물증 확보로 바뀌면서 시간ㆍ인력면에서 수사 여건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자금 조성 등의 첩보로 시작된 석유공사ㆍ강원랜드 수사가 확대돼 김상현 전 새천년민주당 의원과 조일현ㆍ김현미 전 민주당 의원이 기소되고 김재윤 민주당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야당 탄압', `편파 수사' 또는 `정치 검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런 논란은 검찰이 정웅교 한나라당 전 부대변인과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강경호 코레일 사장을 각각 구속기소하면서 어느 정도 사그러들었다.
최규선 유아이에너지 대표에 대한 수사에서 김상현 전 의원과 정웅교 전 부대변인이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됐지만 정작 돈을 건넨 최씨는 돈 준 사람을 처벌하지 않는 법 규정 등으로 9천500만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로 약식기소된 것도 형평성 시비를 낳았다.
또 김영철 전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이 강원랜드 공사를 수주한 업체로부터 로비를 받은 의혹이 언론에 의해 제기되자 검찰 소환통보도 받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도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