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구조조정이 이번 주를 기점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은행권은 회생 가능한 곳은 살리되 그렇지 않은 곳은 퇴출시킨다는 원칙 아래 건설사들에 구조조정 프로그램인 대주단(채권단) 협약의 조기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 "살릴 곳 살린다..대주단 가입하라"
은행연합회가 18일 건설사를 대상으로 개최하는 대주단 운영 설명회를 계기로 구조조정이 가시화할 전망이다. 은행들은 설명회 이후 대주단 가입 신청을 본격적으로 받을 계획이다.
건설사가 대주단에 가입하면 금융권 채무 상환이 1년 간 유예되고 개별 금융회사의 판단에 따라 신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대신 은행들은 경영 개선 등 자구 노력을 요구할 수 있다.
은행들은 건설사가 신청하면 재무 상황과 영업 전망, 신용등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대주단 가입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신용등급의 경우 대주단 운영 규정상 신용등급 BBB- 이상이 대상이며 우량 업체는 가입할 필요가 없다. 회생 가능성이 지원의 기준이라는 설명이다.
신용등급이 이 기준에 못 미치고 영업 전망이 불투명하거나 부실이 심각한 건설사는 대주단에 가입하지 못하고 퇴출 절차를 밟게 된다.
정부와 은행권은 우선 100대 건설사 가운데 대주단 가입 신청을 받으려고 했으나 대상을 제한하지 않을 방침이다. 도급 순위에 관계없이 건설업계 전체가 경영난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주단 가입이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는 건설사를 살리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조기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17일 "대주단 협약은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이 목적이기 때문에 살생부가 아니라 상생부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며 건설사들의 적극적 참여를 주문했다.
금융위 임승태 사무처장은 "대주단은 기본적으로 살리는 것이 전제로, 가입하면 살리려고 노력하겠지만 은행이 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건설사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량 건설업체를 제외하고는 대주단 가입 여부가 생사의 기로가 되는 것이다.
◇ 가입시한 혼선..건설사 눈치보기
애초 17~18일로 알려진 건설사의 대주단 가입 시한이 23일로 연기됐다가 다시 시한을 두지 않는 것으로 정리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임 사무처장은 "건설사의 대주단 가입이 부진함에 따라 집단으로 가입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마감 시한을 정하지는 않았다"며 "가입을 원하는 건설사는 언제든 신청할 수 있고 가입 여부는 은행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현재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건설사는 조속히 대주단에 가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대주단에 가입 신청을 하는 자체가 외부에 심각한 유동성 위기 기업으로 알려지고 해외 수주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자금을 지원받을 경우 은행의 경영 개입이 우려된다는 점을 들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대주단 가입 기준이 분명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의 임원은 "은행에 대주단 가입 기준이나 시한을 물어봐도 명확한 설명을 해주지 않고 있다"며 "다른 건설사에 비해서 사정이 낫다고 지금 가입하지 않았다가 향후 자금난에 처했을 때 은행이 받아줄지도 확신할 수 없어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특히 자금 지원을 받은 이후 건설사 경영을 잘 모르는 은행이 경영에 일일히 개입할 것을 우려하는 회사들이 많다"고 전했다.
정부 관계자는 "건설사의 대주단 가입 여부는 그 기업의 재무나 영업 상황을 잘 알고 있고 신용도를 상시 평가하는 주채권은행이 결정하게 된다"며 "건설사가 지원을 받는 대신 경영 개선을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