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7년만에 다시 공식적인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신용위기로 글로벌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지출이 급감하고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일본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내각부는 9월로 마감한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이 연율 -0.4%를 기록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전문가들이 전망한 0.1% 성장에 비해 부진한 것으로 일본 경제는 전분기에도 3.7%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기술적으로 경제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 하락할 때 경기가 침체에 빠진 것으로 평가한다. 일본 경제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 위축된 것은 지난 2001년이 마지막이었다.
![]() |
||
사진: 일본 경제가 실질적인 침체에 접어들었다. 사진은 도쿄 시내 전경. |
분기 기준으로 일본 경제는 0.1% 위축됐다. 자본지출이 전분기 대비 1.7% 감소하는 등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기업의 투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 경제성장 둔화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크레딧스위스의 시라카와 히로미치 수석 일본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는 글로벌 비즈니스 사이클에 매우 민감하다"면서 "글로벌 경제의 위축이 이어진다면 일본은 심각한 침체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을 비롯해 선진국 경제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역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JP모간체이스의 아다치 마사미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면서 "일본은 10여년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해외 수요 감소가 일본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GDP 발표로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뒤로 하고 경제 회복을 도모하고 있는 일본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아소 다로 총리는 지난달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경기부양책을 공개했다. 일본 정부는 모두 5조엔을 쏟아부을 예정이며 가구당 1만2000엔을 지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도요타 자동차와 캐논 등 업종 대표기업들은 일제히 실적 전망을 하향하고 당국의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당국의 경기부양책 마련으로 소비가 반짝 살아날 수는 있겠지만 전반적인 흐름을 돌리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RBS증권의 니시오카 준코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지출이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더라도 계절적인 요인이 반영됐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다"면서 "4분기에 소비는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근로자들의 연봉 중 10%에 해당하는 연말 보너스가 올해 2.9%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소비가 살아나기 힘들다는 예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본은행(BOJ)은 지난달 7년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등 경기를 살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금융시장에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현재 일본의 기준금리를 0.3%로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낮다.
이날 GDP 데이터 악화는 외환시장에도 바로 영향을 미쳤다. 지표 공개 이전에 도쿄 외환시장에서 96.09엔을 기록하던 달러/엔 환율은 발표 직후 96.24엔으로 상승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