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중소기업에 대한 '돈줄 죄기'에 나서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중소기업들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 가운데 지난달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기술신용보증을 받은 중소기업들의 보증사고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원 한나라당 의원이 17일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제출받은 '기술신용보증기금 사고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보증사고 금액은 1295억원으로 전달 626억에 비해 106.9% 증가했다. 이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월평균 보증사고 금액 566억8000만원의 2배가 넘는 액수다.
기보 보증사고 금액은 올해 4월 722억원, 5월 506억원, 6월 463억원으로 감소했다가 7월 693억원으로 증가세로 돌아선 후 8월 662억원, 9월 626억원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는 금융감독당국이 은행들에게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사격에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중소기업 대출을 기피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이 기보가 보증하는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들마저 돈을 빌려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악화하고 있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등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 대출을 바짝 조이고 있다.
10월 은행권의 중기대출은 2조6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은행권의 중기대출 증가액은 지난 4월 7조 4000억원에서 5월 5조8000억원으로 줄었고 6월과 7월에도 5조∼6조원 수준을 유지했으나 8월 1조8000억원으로 급감한 뒤 9월에도 1조900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은행들은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고 한계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출을 늘렸다가는 은행의 손실이 돼 돌아올 것을 우려하고 있는 상태다.
김 의원은 "국제 금융위기로 기술보증을 받은 유망한 중소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며 "최근 이 대통령이 지적했듯이 이들 중소기업에 은행들이 지원을 하지않아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로 인한 것은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중소기업 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기업이 어려워지고 난 뒤에는 소용이 없다"며 은행들의 중소기업 지원을 촉구한 바 있다.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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