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릴 기업 살리고 부실기업은 퇴출

2008-11-1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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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실기업에 대한 정부와 은행권의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은행들은 그동안 정부의 전방위 압박과 `비올 때 우산을 뺏는다'는 여론의 뭇매로 숨죽이고 있었지만 물밑에서는 부실기업을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은행들은 회생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들에 대해 유동성을 지원함과 동시에 인원 감축이나 부동산 매각 등 구조 조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회생 불가'로 판단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더 이상 자금을 수혈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민간에만 맡겨서는 신속한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도 칼을 뽑아 들었다. 기업 구조조정 전담기구인 '기업금융개선지원단'이 이달중 금융감독원에 설치된다.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의 칼날을 매섭게 휘둘렀던 '구조개혁기획단'이 사실상 부활함에 따라 회생 가능 기업에 대한 신속한 지원과 함께 부실 기업에 대한 정리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 부실 기업 퇴출 작업 본격화
은행들은 1차로 18일까지 100대 건설사 가운데 재무구조가 불량해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업체들을 골라낼 예정이다. 각 주채권은행이 정상화 가능성이 있는 건설사들을 선정해 `건설사 지원을 위한 대주단'(채권단) 자율 협약에 가입시키는 방식으로 퇴출 대상을 걸러낸다는 것이다.

   건설사들이 대주단 자율 협약에 가입하면 유동화 채권과 대출의 만기가 1년 연장되기 때문에 일단은 숨통이 트이고 주채권은행과 협의에 따라 신규 자금을 받을 수도 있다. 대주단 자율협약은 과거 외환위기 당시의 '부도유예협약'과 유사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주단 협약은 자생력이 있기때문에 일시적 유동성 위기만 넘기면 회생할 수 있는 기업들을 살리자는 취지인만큼 은행들이 특정 기업을 대주단에 포함한다는 것은 그 기업을 살리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은행권이나 금융당국의 생각과 달리 대주단에 가입할 경우 시장에 부실기업이라는 신호를 줘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대주단에 들어갈 경우 경영권에 제약을 받게 된다는 점도 걱정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현재 각 영업점에서 거래 관계가 있는 건설사들을 접촉해 가입을 권하고 있지만 건설사들은 경영권 간섭 등을 받기 싫어 가입을 꺼리고 있다"며 "시장의 자율 기능에 따라 `사망선고'를 받는 기업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건설사 뿐 아니라 다른 업종의 부실기업을 선별하는 작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0월부터 전체 거래 기업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해 이 가운데 경기 민감 업종과 잠재부실이 예상되는 기업 170곳을 골라냈다. 선정된 기업들에 대해서는 전문가 등의 자문을 거쳐 다음 달 기업별 `처방전'을 내놓을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경기둔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살릴 수 있는 기업은 먼저 살려놓자는 취지"라며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은 유동성을 지원하되, 인원 감축 등 구조조정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한달 전부터 태산LCD를 포함해 기업 워크아웃을 담당하는 TF를 꾸려놨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확대되는 것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전담 조직을 만들어놨다"면서 "다른 은행들도 비슷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은행들도 지원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정부 구조조정기구 이달 출범
정부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금융위 간부급 인력과 금융감독원 임직원으로 구성된 기업 유동성 지원 및 구조조정 전담기구가 이르면 이달 안에 출범해 기업 구조조정을 진두 지휘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최근 설립한 '기업금융개선지원단'에 국장급을 포함한 간부들을 빠른 시일 내에 파견해 상호 협의하에 조직을 운영할 예정"이라며 "이 기구는 주채권은행 및 채권단과 협의하면서 기업 유동성 지원과 구조조정을 동시에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장은 중소기업과 건설회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과 구조조정이 문제가 되고 있으나 내년 상반기에 선진국의 경기침체가 본격화될 경우 기업 전체적으로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어 구조조정기구를 선제적으로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금감원은 12일 기업의 신용위험을 분석하고 채권단을 통한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신용서비스실을 확대 개편해 기업금융개선지원단을 설립했다. 이우철 부원장을 단장으로 한 지원단은 기업금융1실과 기업금융2실로 구성되며 총 인원은 32명이다.

   기업금융1실은 기업 신용위험을 평가하고 워크아웃을 지원하며 기업금융2실은 주로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을 담당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부의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패스트트랙)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한 인력을 대폭 확대했다"며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을 점검하고 채권단을 통해 유동성 지원을 받는 중소기업의 구조조정도 유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간부들의 참여로 확대 개편된 구조조정기구는 대기업의 재무상황과 여신현황도 정밀 점검하고 유동성 지원이나 구조조정이 필요할 때는 채권 금융기관을 통해 개입할 예정이다.

  
◇프리워크아웃 법제도화도 검토
금융위원회는 기업의 부실징후가 구체화하기 전에 유동성 지원과 구조조정을 동시에 수행하는 '프리 워크아웃(Pre-Workout)'의 제도화에 대비한 법 개정도 검토하고 있다.

   현행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서는 주채권은행 또는 채권 금융기관 협의회가 외부로부터의 자금 지원 또는 별도의 차입이 없이는 금융기관 대출 상환이 어려운 기업에 대해 워크아웃(신용공여 500억원 이상)을 추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프리 워크아웃 제도화에 정부와 한나라당이 합의한 것은 아니지만 도입될 경우 새로운 법을 제정하는 것보다는 기촉법을 개정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도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명백한 부실이 발생한 경우에만 구조조정이 가능한 만큼 일본처럼 금융시장안정법을 제정해 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대우조선해양 매각 대금을 금융권 구조조정 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도 금융회사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정부 일각에선 프리 워크아웃이 민간 기업의 재산권 침해로 위헌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워크아웃도 위헌시비가 있어 기촉법을 한시법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프리 워크아웃은 이보다 더 나간 것으로 제안을 한 여당에서도 완전히 합의가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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