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 종부세…폐지 수순 밟나

2008-11-1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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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부동산세가 무력화됐다. 헌법재판소가 13일 종합부동산세법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미 종부세 부과 기준이 되는 고가주택 기준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되고 과세구간별 세율도 대폭 완화된 터라 종부세는 조만간 폐기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세대별 합산' 위헌 = 헌법재판소는 13일 종합부동산세법 중 세대별 합산부과 조항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부부합산은 지난 2005년 12월 말 종부세법 개정을 통해 2006년분부터 시행된 조항이다. 같은 시기에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춘 주택 과세기준과 함께 종부세의 위력을 배가시킨 양대 축을 이뤄왔지만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이 조항은 효력을 상실했다.

헌재는 또 거주목적 1주택 보유자에게 종부세를 부과토록 한 조항은 헌법불합치로 판결했다. 헌재는 주거 목적으로 한 채의 주택만 보유하고, 일정기간 거주한 사람이 주택 외에 별다른 재산이 없는데도 무차별적으로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인정했다.

헌법불합치란 해당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위헌 결정에 따른 '법적 공백'이나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법 개정 때까지 일정기간 해당 조항의 효력을 유지하거나 한시적으로 중지시키는 결정이다. 이에 따라 이 조항은 내년 12월 31일까지는 변함 없이 적용돼 올해 종부세 부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종부세 부과 대상 급감 =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헌재 판결로 다주택자들의 보유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부부간에 주택이나 토지 등을 증여해 나눠 보유하게 되면 종부세 부담을 덜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전체 자산이 18억원을 넘지 않게 되면 종부세 부과대상에서 제외되고 향후 부부간 증여 등을 통해 공동명의로 만들면 종부세 부과 대상은 거의 남지 않게 된다.

부부간 증여한도 비과세 기준이 6억원까지 상향조정됐기 때문에 15억원 짜리 아파트가 있다고 가정할 경우 지분 6억원어치를 배우자에게 증여하고 9억원만 남기면 종부세 기준선이 되기 때문에 종부세를 내지 않게 된다.

하지만 지분을 증여한 금액에 대해서는 취득세와 등록세는 내야한다. 증여세를 물고라도 종부세를 내지 않겠다고 하면 공정시장가격 18억원까지는 종부세를 피할 수 있다.

또 거주목적 1주택자에 대한 국회의 보완입법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1주택을 장기 보유한 사람의 경우 환급은 안 되겠지만 앞으로는 종부세를 거의 내지 않도록 관련 법률이 고쳐질 전망이다.

◆종부세 폐지론 힘 실려 = 이번 결정으로 기획재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기존 종부세 완화방안도 더 힘을 받게됐다. 정치권의 종부세 개편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돼 종부세는 중장기적으로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종부세 개편안에는 올해 신고분의 경우 주택과 종합합산토지의 과표적용률을 작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세 부담 상한도 150%로 낮추는 방안이 담겼다. 또 내년 납세 의무분부터는 주택 및 사업용 부동산, 종합합산토지에 대한 과표구간 및 세율을 대폭 완화하는 동시에 과표 산정방식을 공시가격이 아닌 공정시장가액으로 바꾸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이미 종부세를 재산세로 전환하고 단일 세율 또는 낮은 누진세율 체계로 바꾸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종부세는 개편되기보다는 폐지될 공산이 크다. 이번 헌재 판결 역시 종부세 폐지론에 힘을 보태게 됐다.

다만 헌재가 종부세의 세부담이 과도하지 않고 원본잠식 문제도 위헌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함에 따라 세부담을 크게 완화한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이 향후 국회를 거치며 완화 폭을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가 벌어질 가능성도 크다.
 
특히 야권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재 접촉' 및 '위헌판결 예상' 발언을 겨냥해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는 데다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이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어 종부세를 둘러싼 정치적 사회적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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