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백악관을 방문한 지난 11일 주요 외신을 통해 상징적인 사진기사가 일제히 전해졌다.
오바마 당선자와 조지 부시 현 대통령이 나란히 걸어가고 있는 사진에서 오바마 당선자는 환하게 웃으며 햇빛을 가득 받고 있는 반면 땅바닥을 바라보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그림자에 가린 부시의 얼굴이 대조를 이루며 부각된 사진이었다.
미국에 '검은 혁명'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오바마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한 태세다. 정계 입문 10여년 만에 대통령에 오른데다 미국 대선을 전세계인의 드라마로 바꾼 그였기에 오바마에 거는 미국인들의 기대는 그만큼 클 수 밖에 없다.
반면 부시 대통령은 임기말의 레임덕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20% 초반의 사상 최저 수준의 지지율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석연치 않은 마무리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민심을 져버렸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 8년 동안 부시 대통령의 집권에 대해 실정이라는 표현이 난무하는 것도 바로 국민들의 의중을 읽지 못한 무책임하고 자가당착과 다를 바 없는 행보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국가 원수로서 품위를 지키지 못하고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발언을 거침없이 내놓은 것도 부시 대통령의 얼굴에 먹칠을 한 셈이 됐다.
부시 대통령 자신조차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9.11 사태 직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면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죽여서든 살려서든' 잡아오라고 한 것이나 이라크 저항세력에 대해 '한 판 붙자'고 말한 것에 대해 후회한다고 고백했다.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로서 전체 국민을 위하는 것이 아닌 상위 5%를 위한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도 부시 대통령의 가장 큰 실정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죽하면 대선을 앞두고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에게 '민폐'를 끼칠까봐 언론에 노출하는 것을 자제했을까하는 애처로움을 자아낼까.
최근 부시의 행보를 보면서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4년 뒤 우리나라 대선에 대한 밑그림을 보는 듯 하기 때문이다.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전체 국민이 아닌 '선택' 받은 일부를 위한 정치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 등 부시와 이 대통령 사이에 닮은 꼴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청와대측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율이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10%대에서 최근 20~30%대로 회복했다고 자랑삼아 얘기하고 있는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대통령 스스로는 물론 기획재정부 장관의 실언과 실정에 대해 진실한 반성과 개선이 없는 현 정부를 보며 4년 뒤 부시 대통령의 모습을 볼까 두려운 생각이 드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4년 뒤 차기 대통령 후보를 위해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인지 아니면 제발 숨어있기를 바라는 존재가 될 것인지는 현 정권이 선택할 문제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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