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시중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하락을 막기 위해 총대를 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가 한은의 도움을 받아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을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공사는 이를 위해 공사채 발행을 늘리되, 공사채 발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한은의 환매조건부거래(RP) 대상에 금융공사 발행채권을 편입시켜 줄 것을 한은에 요청했다.
한은은 이에 대해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금융공사는 그동안 시중은행들이 BIS비율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수 있도록 은행이 판매한 공사의 보금자리론을 다시 매입한 뒤 이를 담보로 유동화증권(MBS)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채권시장이 위축되자 금융공사는 지난 7월부터 MBS발행을 중단했다. 특히 지난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에는 MBS에 대한 매수세 실종으로 국고채 5년물과 MBS간 스프레드(금리 격차)가 지난 3월 0.43%포인트에서 10월10일 현재 3.9%포인트까지 벌어졌다.
MBS발행 중단으로 은행들이 판매한 보금자리론을 사들이지 못하면서 미매입 규모가 2조원대에 달하고 있다.
금융공사는 이에 따라 지난 9월 처음으로 공사채를 발행했으며, 지금까지 총5800억원 가량을 발행했다.
한은은 필요할 경우 RP대상에 금융공사 발행 채권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공사는 RP대상에 공사채가 포함될 경우 미 매입분을 포함해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을 사들일 예정이다.
한은은 또 RP거래시 은행들의 후순위채를 포함시켜 은행들의 BIS비율을 올리는 데 도움을 주기로 했다. 후순위채는 은행자본에 포함되기 때문에 발행 물량이 많을 수록 BIS비율을 높일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RP 대상에 포함된 은행채는 선순위와 후순위채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RP거래 대상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후순위채를 내놓으면 한은이 매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은은 필요한 경우 유통시장에서 은행채를 직접 매입하는 방안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한은이 발행시장에서 은행채를 매입할 수 없지만 유통시장에서는 가능하다.
금융공사와 한은의 이러한 노력은 시중은행들의 BIS비율을 높여 결국에는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들이 자금사정 악화로 은행에 자금을 공급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건전성에 비상이 걸린 은행들로서는 중소기업에 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의 중개 능력 제고와 건전성 감독 사이의 딜레마를 풀려면 BIS비율을 높일 수 있는 물꼬를 터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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