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업의 첨단 시스템마저 붕괴시키는 것은 '탐욕'

2009-01-03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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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태 한국CEO연구소 대표
 
지난 9월 세계적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가 파산을 신청했다.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로 합병됐다.

158년의 역사와 두 차례 세계대전에서도 살아남은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가 경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분석보다는, 글로벌 금융기업인 UBS 사례에서 그 단초를 찾아본다. 금융기업은 어느 기업군보다 정교한 업무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 첨단 시스템을 붕괴시킨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탐욕’이다.

안정적인 자산 운용으로 유명한 UBS가 미국의 주택저당증권(MBS)에 투자했다가 올해 초 무려 380억 달러의 손실 사고 후 작성한 보고서의 일부다.


“안정적인 자산운용에 열중하는 수 천 명의 직원들이 고작 연 3~4%의 수익률을 올리는데 비해, 소수로 구성된 팀이 파생상품을 취급하면서 초단기간에 30~40%의 수익을 거뒀다. 최고경영자들은 이 모습을 보면서 리스크 노출을 눈 감았고 내부통제 기능도 이를 제어하지 못했다.”

탐욕과 관련한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에너지 기업인 ‘엔론’이다. 2001년 엔론의 파산은 인간의 무한한 욕망의 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탐욕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2001년 파산 전 엔론은 포천지에 6년 연속 최고의 혁신기업에 오른 기업이었다. 그러나 엔론의 매출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많은 합자회사를 만들어 대출을 받은 후 대출금은 엔론은 수익으로 기록되고, 부채는 합자회사의 몫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은 많은 커미션을 챙겼다. 회계감사기관인 아더 앤더슨도 회계부정을 도왔다. 정상가격보다 높은 수수료를 챙겼다. 하지만 9·11테러 이후 주가가 폭락하면서 더 이상 회계비리를 은폐할 수 없었다.

엔론은 회계부정액 6억 달러, 부채 130억 달러를 남긴 채 파산했다. 아더 앤더슨도 엔론과의 밀착과 자체 부실회계가 드러나면서 문을 닫았다. 엔론의 파산은 케네스 레이 전 회장을 비롯해 회사 임직원과 회계법인, 은행 관계자들이 연루되어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경영에서 탐욕과 더불어 큰 문제가 되는 것은 ‘거짓말’이다.

선진국의 경우 타인을 속여서 비즈니스를 하거나 재화를 취득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으며, 그것은 마치 자살행위와 다름없다. 해당 기업이나 개인은 강력한 처벌을 받으며 즉시 사회와 조직에서 매장되어 사라지게 된다.

2004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내기업 CEO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43.3%가 CEO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결단력’을 선택했다. 이어서 성실성, 도전정신, 친화력, 카리스마 등의 순이었다. 도덕성, 윤리의식은 5위 안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기업이 쇠퇴하게 되는 것은 외부적인 요인보다도 CEO의 탐욕, 양심, 도덕, 윤리, 정직 등 기본과 원칙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정도경영의 부재, 의사결정의 부실화, 관련 법규의 위반, 회계부정이라는 불씨가 전화되어 거대한 폭발력으로 한 순간에 기업이 기울게 되는 것이다.

한국의 경영대가 1위에 오른 윤석철 한양대 석좌교수는 ‘경제 경영 인생 강좌 45편’ 책에서 일관되게 ‘과유불급(過猶不及)’을 강조하고 있다. 욕심만 덜어도 훌륭한 경영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글 / 강경태 한국CEO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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