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이번 회의를 통해 금융위기와 세계경제 침체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금융시장의 신뢰와 안정 회복을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을 담은 16개항의 코뮈니케를 발표했다.
이번 회의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제의에 따라 오는 15일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G20 금융정상회의를 앞둔 준비회의 성격으로 열렸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집중시켰다.
G7인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이탈리아와 한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터키,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 유럽연합(EU) 의장국 등 20개국 대표 외에도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 등이 옵서버로 참석한 사실이 이를 반영한다.
비록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인 위기해소 방안을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금융위기로 망가진 세계금융시스템의 개혁 필요성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워싱턴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의제를 분명히 했다는 의미가 있다.
현재 G20 의장국인 브라질의 기도 만테가 재무장관은 폐막 기자회견을 통해 "특별한 합의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와 G20의 역할 제고 등을 통한 위기극복에 공감대를 이뤘다"면서 "이번 회의에서 협의된 내용이 15일 G20 금융정상회의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또 "글로벌 위기는 글로벌 해법을 필요로 한다"는 전제 아래 G20 정상들에 의해 합의되는 조치들을 각국 정부가 신속하게 이행할 준비가 돼있다는 뜻을 강조하면서 G20 정상회의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브라질을 비롯한 신흥개도국들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 대한 강력한 개혁을 촉구한 사실은 향후 세계경제 위기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앞으로 강력한 발언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고 있다.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으로 이루어진 브릭스(BRICs) 4개국은 회의 시작 하루 전인 지난 7일 별도로 회동을 갖고 선진국에 위기 대응을 위한 강도 높은 추가 조치를 촉구하는 한편 IMF와 세계은행의 개혁, G8(G7+러시아)의 확대 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특히 외환보유액이 2조달러에 달하는 중국과 아시아권 3위의 경제 규모를 갖춘 인도, 남미 최대국 브라질이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기로 한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내년 영국에 이어 2010년 의장국을 맡게 됐다는 점에서 G20 내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 대표로 참석한 신제윤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G8로 대표되는 선진국과 브릭스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면서 "우리로서는 중간 조정자 역할을 하면서 G20 내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 차관보는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열린 이번 회의는 15일 워싱턴 정상회의를 위한 실무 준비회의 성격을 가졌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G20이 세계경제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차관보의 말처럼 이번 회의는 G20의 중요성을 새삼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 지난 1999년 구성된 G20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90%, 통상 규모의 80%,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15일 개최되는 G20 금융정상회의에서도 현재의 세계경제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벤저민 프리드먼 교수(정치경제학)는 브라질 일간 폴랴 데 상파울루와의 인터뷰를 통해 "금융정상회의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협력과 규제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면서 "뚜렷한 합의 없이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사진촬영이나 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프리드먼 교수는 1944년 브레턴 우즈 체제가 탄생하기 까지 거의 2년의 시간이 소요됐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그러나 지금은 아무 것도 이루어진 것이 없는 상태에서 금융정상회의를 통해 무언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