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 전문가들은 9일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은행 건전성이 더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현 단계를 위기로 규정하기는 힘들다는 견해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감독당국의 지도 기준인 8%보다는 높다는 것이다.
문제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대출 연체율 등 여신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경기에 민감한 건설업이나 중소기업 대출 등에서 건전성이 크게 나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현욱 연구위원은 "요즘처럼 거시경제에 큰 충격이 오면 BIS 비율이 상당히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과 같은 상황에서는 바젤Ⅰ이든 바젤Ⅱ든 어떤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BIS 비율이 높아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의 하락 폭이 커지고 경기침체가 가속하면 위험 가중자산의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 구본성 선임연구위원도 "지금까지는 자본적정성이나 건전성이 양호한데 앞으로 수출 둔화와 내수 부진이 지속하면 장기적으로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구 연구위원은 "지난 97년 위기 때에는 세계 경제가 좋았기 때문에 회복도 쉬웠다"며 "반면 지금은 은행들의 위험관리 역량이나 수익기반 등은 크게 개선됐지만 세계 경제가 나빠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은행에 대한 해외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달 29일 SC제일은행의 재무건전성 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한 데 이어 7일에는 외환은행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앞서 지난달 1일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의 4개 은행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국민은행 등 7개 국내 금융기관들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 대상에 올렸다가 한국과 미국의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을 계기로 이를 해제한 바 있다. / 연합